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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증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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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신세대아빠 | | View : 156,691 |
같은 책을 읽어주라고 요구하거나 매번 일부러 딸랑이를 떨어뜨리는 것과 똑같이 딸아이는 '뿡뿡이' 비디오를 질리지도 않는지 반복해서 본다. 처음 사온 비디오 테잎은 얼마나 보았는지 벌써 화면이 선명하지 않을 정도이다.
이렇듯 모든 생활에서 반복행동은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특성이다. 반복행동은 집중력이 생겨났다는 증거이며 호기심이 증대되었다는 아주 중요한 발달특성인 것이다.
그런데 형수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돌이 지난 아이가 다른 놀이를 하고 놀다가도 T.V. 광고만 나오면 하던 행동을 멈추고 꼼짝하지 않고 T.V. 화면만을 주시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비디오 증후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혹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런 질문이었다. 아이가 광고하고 다른 프로그램하고 구별할 정도가 되었으니 얼마나 똑똑하냐며 자랑할만한 일이지 무슨 걱정이냐며 전화를 끊었다.
실제로 나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광고와 텔레비전 속의 드라마를 구별하지 몰랐던 무지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내가 미국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T.V.를 켜놓고 시청하다보면 갑자기 드라마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면 그것은 드라마의 연속이 아니라 광고였던 것이다. 미국의 T.V. 광고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스팟(Spot) 광고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사이에 중간 중간에 광고가 따라 나오기 때문에 영어에 익숙치 못했던 나로서는 광고인지 드라마의 연속인지 헷갈렸던 것이다.
그런데도 갓 돌이 지난 조카는 어떻게 그렇게 잘도 아는지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다. T.V. 광고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은 단조롭게 진행되는 일반 프로그램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T.V. 광고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나의 조카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성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느 시기가 지나면 자연히 광고를 멀리하고 광고보다는 만화영화나 인형극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 때부터는 내용의 전개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디오 증후군이 나타나는 아이들의 원인은 대부분 이러한 아이들의 특성을 악용하는 부모들에 의해서 나타난다. 아이들이 T.V. 광고나 비디오, 혹은 만화영화를 볼 때는 나의 조카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의 뒤치다꺼리에 지친 어머니들로서는 한껏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T.V. 광고를 녹화해서 보여주는 부모들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어머니들의 심리를 놓치지 않고 교육적 비디오라며 갖가지 비디오테잎이 날개 돋친 듯 팔리더니 급기야는 안방 교육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시킬 수 있으며 어머니들에게는 자유시간을 준다는데 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하지만 그 결과로 '비디오 증후군'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새로운 질병이 생겨나고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T.V. 광고를 보고 비디오를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해로운 점보다는 도움이 되는 점이 훨씬 많다. 하지만 문제는 비디오를 보는 동안의 부모들의 태도이다. 물건을 떨어뜨리고 다시 주어준다든지 혹은 수십번도 더 읽은 책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아이들의 행동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항상 주위에 맞대응해 주는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V. 나 비디오의 위험성은 그 내용물들이 대부분 주위사람의 도움을 필요치 않는다는데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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