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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결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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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신세대아빠 | | View : 207,135 |
우리는 IMF를 겪으면서 한 순간에 아버지가 실직하고 회사가 부도나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거리로 혹은 보육원으로 이산가족 신세가 되어야했던 가족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다. 아직도 구조조정이 한창이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후배의 말처럼 돈은 벌 때 벌어야 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경제적 책임을 소흘히하고 육아에만 더 관심이 있으니 경제적인 면에서 무능력한 아빠임에는 틀림없다. 일반 아빠들이 직장에서 일할 때, 아이와 같이 산책을 하거나 놀이터에서 노는 내 모습은 분명 돈 없는 설움을 아직 겪어보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돈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혹한을 보낸 적이 있다.
2001년 겨울은 우리 부부에게는 유난히 춥고 혹독한 겨울이었다. 2년 전에 삼천 오백만원의 전셋집에서 시작한 신혼살림집이 오천 오백만원으로 튀었고 전세비를 감당하지 못한 우리 부부는 대담하게도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전세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보다는 내집 마련을 위해서 대출 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여 무턱대고 결혼 2년 만에 내집마련의 계획을 세운 것이다. 전세계약기간과 아파트 입주일의 날짜가 두 달 여의 공백이 생겨 집 주인에게 사정을 해보았지만 그마저도 어렵게 되어 할 수 없이 방 두 칸 짜리 전셋집에서 세 식구가 사는 사촌 동생 집으로 우리 세 식구는 무작정 쳐들어갔다.
하지만 우리의 총 재산인 전세금은 내 실수로 하루아침에 허공으로 사라졌고 우리가족은 결국 이산가족이 되었다. 아내는 친정으로 그리고 딸과 나는 시골에 계시는 나의 부모님 댁으로 떠났다.
아빠보다는 엄마와 같이 지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장모님이 지병으로 고생하시고 계시는 터라 아빠와 같이 떠난 것이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시는 나의 부모님은 아이만을 남겨두고 가서 일하라며 재촉했지만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딸과 같이 보냈다.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미 삶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상태였고 또한 채 두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의 곁을 도저히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함을 가장 뼈저리게 느껴본 시기였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은 있어야만 가정의 토대를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산 교육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전셋집이라도 마련하여 그럭저럭 살아가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면 돈버는 것에 꼭 시기가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거리의 노숙자들은 많이 줄어들었고 경제적으로 불안했던 가정들이 서서히 안정을 취해가는 것도 많이 볼 수 있다. 반면에 아이들의 발달은 돈과 같이 아무 때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계가 있다. 앉고 나서 걷고 그러다가 달리는 것처럼 아이들이 처음 태어나서 최소한 2, 3년까지는 절대적인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생애 초기의 부모로부터의 사랑은 이후 아이의 성장에 평생 영향을 미친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연구결과들에서 언어발달, 사회성 발달, 그리고 비행과 범죄의 원인으로 초기 부모로부터의 사랑의 결핍을 보고한다. 3년 간의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것과 3년 간의 유아기 사랑을 포기하는 장래의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현명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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