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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엄마와 떨어지길 힘들어하는 아이
  | Name : 이보연  | Date : pm.7.25-07:37
웅진씽크빅 - 엄마는 생각쟁이 2008년 8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도 엄마와 떨어지길 힘들어하는 아이

                                                이보연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가진 아이인 준희는 눈에 넣어도 안아플만큼 사랑스러운 딸이었습니다. 재롱도 잘 떨고 애교도 있어 키우는 재미도 있었지요. 준희가 갸날픈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면 얼른 달려가 도와주곤 했습니다. 유치원 7세반이었을 때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마중을 나가지 않아도 집으로 달려오곤 했는데 준희는 아침마다 “엄마 이따가 꼭 나와야 해!”라며 신신당부를 하곤 습니다. 그 때만 해도 겁이 좀 많아 그런가보다 했지요.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지금에도 준희는 엄마와 꼭 붙어있으려 합니다. 집 앞에 있는 피아노학원도 같이 가려하고, 영어 학원 버스도 같이 나가 기다려줘야 합니다. 친구 생일 파티에도 엄마와 함께 가는 경우가 아니면 가지 않으려 합니다. 호되게 야단쳐 혼자 보내면 아이는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어깨가 축 쳐져버립니다. 사랑도 줄만큼 줬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왜 엄마와 못떨어지는 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전엔 그렇게 달콤하게만 들리던 준희의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이젠 짜증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엄마와 떨어지기를 힘들어하는 ‘분리불안’은 아직 독립적인 자아가 생기기 전인 만 3세 이전에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준희처럼 만 3세 이후에도 엄마와 떨어지지 못하고 심하게 불안해 한다면 아이의 심리적인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엄마와의 관계가 편안한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고 성숙해진다는 것은 어찌보면 부모로부터 심리적, 신체적으로 독립하는 것을 뜻하는 데, 분리불안을 나타낸다는 것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첫단추가 제대로 끼어지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엄마가 없다고 울고 불고 떼쓰지는 않지만 분리불안이 해결되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어른이 되어서도 독립된 삶을 살지 못합니다. 주변을 잘 살펴보면 어른이 되었는데도 부모 주변을 맴돌고 좋은 직장과 교육의 기회가 왔는데도 부모를 떠나지 못해 그런 기회를 날려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결혼을 하고서도 자신의 배우자보다는 부모에게 의존하여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마보이’, ‘파파걸’은 엄밀한 의미에서 어른이 되었는데도 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등학생이 되었는데도 매사 부모에게 의존하고 함께 하려고 한다면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고 좀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초등학생이 되었는데도 엄마와 떨어지길 힘들어하면 대부분의 부모님은 아이에 대한 실망감이 엄습하면서 짜증을 내고 비난하게 됩니다.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아기 짓이니?”, “다른 얘들 좀 봐라. 다들 혼자 하는 데 넌 왜 그러는 거야?”, “너 호되게 맞아봐야 정신 좀 차리겠구나.” “괜찮아. 뭐가 무서워. 할 수 있는 데 왜 그래? 응?” 하면서 역정을 내지요. 심지어 혼자 있어 보라며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숨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방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아이들도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에게 의지하지 않고 싶지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를 야단치고 비난하게 되면 아이의 마음 속에 답답함과 자신에 대한 수치심이 더해져가면서 점점 더 자신감이 떨어지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아이가 되고 맙니다.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지 못하는 것에는 사실 부모님의 탓도 많습니다. 부부싸움이 잦거나 우울증이나 다른 질병으로 인해 불안정한 가정환경을 제공할 때도 아이들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안절부절하며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혹은 아이가 너무 귀하고 예쁘다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부모가 대신 해줄 때도 아이는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분리불안을 나타냅니다. 어떤 부모는 지나치게 아이에게 겁을 주어서 아이가 집 밖의 세상과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집안에서만 머물고 부모와 떨어지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유괴나 성폭행 사건등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하게 말해주거나, 아이가 잘못할 때마다 “너 자꾸 그러면 고아원에 갖다 버린다.”, “감옥에 보낸다”, “도깨비보고 잡아가라 한다”는 식의 버리겠다는 말들이 겁을 주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아이가 분리불안을 보일 때에는 부모님이 평소에 어떤 태도로 양육하였는지 점검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되겠습니다. 가정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과잉보호나 협박은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자율성을 촉진시켜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어야하며, 이와 더불어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잘 경청하고 헤아려 아이의 욕구가 들어지는 경험도 하여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끼며 자신감이 배가되고 전에는 두려워서 망설였던 행동들을 해보려는 도전감이 생기게 됩니다. 또래와의 접촉을 늘여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 라는 말처럼 좋은 친구는 아이에게 힘을 주어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촉진시킵니다. 아이를 강제로 떼어놓기 전에 이러한 일들을 부지런히 하셔야 하며, 아이가 힘이 생겼다고 느껴질 때 분리를 위한 시도를 하실 수 있습니다. 피아노 학원 안에 까지 데려다 주었던 아이라면 그 다음엔 피아노 학원 문 앞, 10미터 전, 100미터 전 식으로 조금씩 분리를 시도합니다. 아이가 이러한 과제를 잘 해냈을 때 성공을 축하하고 격려해줍니다. 아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비난하는 대신 할 수 있도록 돕고 격려하는 것, 이것이 아이들이 바라는 부모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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