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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부모에게 바라는 것이 있답니다.
  | Name : 이보연  | Date : am.11.29-12:18
천재교육 - 꾸러기 논술 2008년 12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도 부모에게 바라는 것이 있답니다.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필자의 직업이 아이들을 상담하는 일이다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자식을 둔 부모들은 도대체 우리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랄 수 있을 지 묻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떼를 막무가내로 쓸때 아이를 호되게 혼내어 버릇을 고쳐나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달라는 대로 들어줘야 하는 지를 묻고, 조금 더 큰 아이를 둔 부모는 공부를 하려 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게 할 수 있는 지를 많이 묻습니다. 조그만 아이 하나 키우는 일에 어른 둘이 끙끙대는 것을 보면 역시 자식 키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자식 노릇 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듯 싶습니다.

아무튼 자녀수가 적다보니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에 들이는 정성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과연 요즈음 부모들의 자녀사랑이 올바른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자녀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고 잘 키워보고자 하는 열의는 대단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소홀히 할 때가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란 바로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아이가 떼를 쓸 때 무엇 때문에 저토록 떼를 쓰는 지, 왜 말로 하지 못하고 징징대는 지 알아보려는 마음보다 떼를 멈추게 하는 데만 급급합니다. 공부라면 질색하는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 아이가 왜 그토록 공부하기를 싫어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떼를 심하게 써서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고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까지 출현했던 다섯 살 영재는 바쁜 부모님 탓에 너무 심심하게 지내다보니 사람의 관심이 필요했고 자신이 심하게 난리치며 떼를 부리면 모든 식구가 자신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영재에게 ‘떼부림’은 가족의 관심을 얻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몰랐던 가족은 아이가 떼를 쓸 때마다 어르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생각하는 의자’도 사용했지만 오히려 아이의 떼는 점점 늘어가기만 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여전히 가족은 영재가 얌전히 있을 때는 모두 제각기 할 일을 하느라 바빴고 영재가 난동을 부릴 때만 영재에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아이큐 125의 우수한 지능을 가진 성진이는 성적이 들쑥 날쑥입니다. 어떤 때는 평균 90점을 받아올 때도 있고, 어떤 때는 50점을 밑돌 때도 있습니다. 조금만 하면 잘하는 아이인데 게으름을 피운다고 생각한 성진이의 부모는 시험때만 되면 거의 아이를 잡다시피하며 공부를 가르치지만 오히려 그렇게 붙잡고 가르치면 성적은 더욱 나쁘게 나옵니다. 필자와의 상담에서 성진이는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해주지 않았던 부모님에 대한 원망감이 가득했습니다. ‘너를 위해 이렇게 부모가 고생하는 데~’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신도 얼마나 힘이 드는 지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알지만 언젠가부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보단 좌절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하면 부모님도 자신의 좌절감을 알아채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영재와 성진이가 문제 행동을 한 것은 단순히 성질이 못되거나 게을러서도 아니고 부모님을 골탕먹이기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얼마나 힘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모님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이 좌절되어 상처받고 지쳤을 뿐입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바랍니다. “좀 더 말을 잘했으면”, “피아노를 잘 쳤으면”, “착했으면”, “동생에게 의젓한 형이 되었으면”, “참을성이 많았으면” 정말 끝도 없이 아이에 대한 바람이 줄줄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자신들의 바람을 아이들에게 요구하기 전에 한번쯤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이에게도 분명 부모에 대한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만났던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바람들은 소박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엄마가 조금만 더 친절하게 말해주었으면”, “내가 못할 때 째려보지 말았으면”, “동생과 싸웠을 때 제발 내 이야기도 좀 들어줬으면”, “안아주었으면”, “엄마랑 같이 게임 해봤으면”, “아빠랑 축구 해봤으면”, “착했으면”, “화부터 내지 않았으면”, “내편도 들어주었으면” 가끔 비싼 게임기나 전자제품을 원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러한 아이들조차 게임기와 가족소풍 중에서 고르라면 주저없이 가족소풍을 골랐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이러한 관심과 즐거움은 부모라면 당연히 자식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월급도 주지 않은 채 부려먹는 나쁜 사장님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이런 사장 밑에서 일하는 직원은 태업을 하고 파업을 하고 회사를 나가게 됩니다.

필자는 문제 행동을 일삼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아이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고 즐거운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라고 합니다. 당장 부모 말을 잘 듣는 아이로 만들고 싶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해결책이 답답하기 그지 없겠지만 아이를 훈육하고 벌을 주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쳐봤자 아이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아이를 야단치기 전에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인가?’, ‘우리 아이는 어떤 엄마를 원할까? ’,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있듯 아이 또한 엄마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텐데 그것이 뭘까?’ 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최소한 아이에게 짜증을 내며 야단치는 실수는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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