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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기만 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 Name : 이보연  | Date : pm.12.27-04:43
천재교육 - 꾸러기 논술 2009년 1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착하기만 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보연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민석이는 참 착한 아이입니다. 부모님이 안된다고 하면 군말없이 하던 일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하자는대로 순순히 따라줍니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도 선생님들의 칭찬은 끝이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같이 영악스럽지 않아서 좋다”거나 “저런 아이만 있다면 선생님은 거저 하겠다”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 새롭지도 않습니다. 민석이는 어렸을 때부터 참 기특하게도 부모님 말을 잘 들었습니다. 말귀도 잘 알아들어 앉혀놓고 조목조목 타이르고 설명하면 부모의 입장도 헤아릴 줄 알았고 의젓하게 참을 줄도 알았습니다. 하지만 민석이가 점점 자라면서 부모님은 가끔 민석이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릴 적엔 ‘착한 민석이, 기특한 민석이’라는 칭찬을 달고 살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를 대할 때 짜증이 배어나올때가 있습니다. 숙제를 마치고, “엄마, 나 이제 뭐해?”라고 묻고, “놀아”라고 하면 “엄마, 나 뭐하고 놀아?”라고 물으며, “아무거나 하고 놀아!”라고 대꾸하면 “엄만 네가 뭐하고 놀았으면 좋겠어?”라고 또 다시 되묻습니다. 거기까지 오게 되면 엄마도 화가 치밀어 “그런 것 까지 엄마가 정해줘야 하니? 초등학생이나 돼서 그런 것 까지 물어보면 어떡해? 넌 생각이 없니?”라는 험악한 말까지 하게 됩니다. 그렇게 아이를 향해 한바탕 큰소리를 치고 나면 민석이는 잔뜩 기가 죽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부모님은 민석이의 친구관계도 염려가 됩니다. 선생님들에게 인정을 받는 민석이지만 또래 사이에서는 무시를 당하기도 하는가 봅니다. 친구가 때리고 욕하고 밀어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참기만 합니다. “너도 때려!”라고 하면 “때리는 건 나쁜 거잖아!”라고 하며, “그럼, 선생님한테 말해!”라고 하면 “고자질하는 건 더 나빠!”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맞아도 하나도 아프지 않고 괜찮다는 것입니다. 이제 8살짜리인 아이가 성인군자라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바보인 건지 구분이 안갈 때가 있다며 부모님은 하소연을 합니다.

말 안듣고 떼를 부리며 제 멋대로 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잘 살펴보면 민석이처럼 지나치게 착한 아이들도 많습니다. 자녀수가 적어지고,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지나치게 부모들의 생각을 주입하면서 몸은 아이인데 마음은 어른처럼 무거워진 아이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야단치는 것보다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아직 말귀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를 붙잡고 앉아 긴 설명을 하고 나면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다 이해했다기보다 부모가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한다 싶어 그저 부모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뭔지 모르지만 부모의 말을 따라주면 부모님이 매우 기뻐하고, 칭찬해주니 그 기분도 썩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다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게 되면 부모는 몹시 당황하여 안색이 변하고, 다시 기나긴 설명을 늘어놓고 아이가 ‘예스’라고 말할 때까지 설득을 하게 되면 아이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불편하여 자신의 뜻을 굽히고 부모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뜻을 포기하는 댓가로 아이는 “착한 아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겠지요.

다시 민석이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우연히 민석이가 신고 있던 신발을 보았더니 남자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법한 색깔과 디자인이었습니다. 민석이에게 본인이 직접 고른 신발이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가 우물쭈물하더니 실은 엄마가 고른 신발이라고 하였습니다. 엄마와 신발을 사러 신발가게를 갔답니다. 엄마는 민석이에게 원하는 신발을 골라 보라고 했고, 민석이는 주저하다가 짙은 남색의 운동화를 골랐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마음 속에 찍어 둔 신발이 있었는지 몇 번이나 “이게 맘에 들어? 정말?”이라고 되물었고, 처음 한 두 번은 “네”라고 답했지만 그래도 다시 물어보니 엄마는 자신이 고른 신발을 원치 않는다고 느껴졌답니다. 그래서 “별로인 것 같애”라고 하니 엄마는 얼른 “그렇지?” “이건 너무 평범하지 않아? 이런 신발은 너무 흔해서 다른 아이와 신발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지 않니?”라며 자신이 고른 신발이 적당하지 않는 이유들을 말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민석이가 신고 있는 신발을 추천했고, 민석이는 그 신발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신발은 동네 아줌마들에게는 인기 폭발이었고, 동네 아줌마들이 “와, 민석이 신발, 멋지다!”할 때마다 엄마는 “우리 민석이가 골랐어요. 눈썰미도 참 좋지요?”라고 한답니다. 정작 민석이의 친구들은 아무도 민석이의 신발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아줌마들은 멋지다고 하니 멋지긴 한가보다 생각하며 신고 다니고 있다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석이는 마지막으로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이렇게 말했답니다. “늘 그런 식이예요. 우리 엄마는.... 하지만 날 위한 거니까...”

부모들은 당연히 아이들보다 아는 것도 많고, 그래서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결정해도 될 일을 모두 다 대신 결정해주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하며, 어떤 면에서는 자유롭게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꼭 유용하고 생산적인 일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어린 시기에는 엉뚱하고 쓸데없는 일도 해봐야 합니다. 부모가 너무 나서서 아이에게 부모의 뜻을 강요하고 주입시키고, 매사 ’착하다, 나쁘다‘, ’잘했다, 못했다‘는 식으로 아이의 행동을 평가하게 되면 부모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착하다고, 잘했다고 하는 행동만 하려 하거나 매사 부모의 확인을 받아가며 행동하려 듭니다. 부모가 아이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부모가 일일이 지도해가며 확인해가며 키워도 되겠지만 문제는 부모는 아이보다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아이에게 어느정도의 자유와 자율을 허락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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