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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
  | Name : 이보연  | Date : pm.12.23-03:43
천재교육 - 꾸러기 논술 2010년 1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빠와 엄마

                                    이 보연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요즘 엄마들은 육아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습니다. 좋다는 육아 서적을 찾아 읽고, 방송의 육아 프로그램을 꼭꼭 챙겨 보며, 육아 모임이나 카페를 만들어 육아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다보니 마음을 읽어주고 다독이는 것을 전문가 못지않게 잘하시는 엄마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에 비해 아빠들은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투성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가자니 육아 서적은 읽을 틈도 없고, 아이와 함께 할 시간조차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런 점은 엄마들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빠 모습을 보면 엄마들의 눈엔 영 어설프고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하지만 아빠들도 나름 엄마들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쉬는 날, 소파에 달라붙어 리모콘만 꼭 쥐고 있는 아빠들은 엄마들의 구박을 받아도 마땅하지만 어떤 아빠들은 나름 아이를 위해 열심히 놀아주고 있는데 아내가 옆에서 이런 저런 지적을 하면 기분이 상해 방에 들어가 이불 덮어쓰고 자고 싶다고도 합니다. 도대체 엄마들은 아빠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많은 엄마들은 아빠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 불만을 나타냅니다. 아이와 아빠가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엄마는 ‘아직 어린애인데 좀 봐주지, 왜 저리 죽기 살기로 하나? 저러다 아이 기죽이려고’라는 걱정이 생기고, 아이가 다칠만한 위험한 태클을 일삼는 아빠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남편에게 “아이를 좀 살살 다뤄라”, “왜 그리 위험하게 노느냐”라고 하면 남편은 “그게 뭘, 재밌잖아?!”라며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눈치니 더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빠들이 아이를 약 올리는 일도 다반사라고 엄마들은 말합니다. 칼싸움을 할 때도 일방적으로 공격해 아이가 약이 바짝 올라 달려들게 만들고, 결국 울리는 일도 많은 데 아이가 울면 “뭘 그거 갖고 우냐!”라며 나무라기까지 합니다. 말귀는 왜 그리 못알아듣는지, 엄마는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물어볼 때도 많습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아빠의 행동이 아이의 정서발달에 해가 되지나 않을 까 염려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아빠가 아이와 죽기 살기로 경쟁하고, 매사 아이를 비난하며 이기려고만 들면 문제이고, 아이가 다칠 것이 분명한데도 방치하거나 그런 행동을 허용하면 그건 정말 문제 아빠일 것입니다. 하지만 엄마들이 꼭 알아야 할 건 엄마들이 보기에 다소 무식하고 무모해보이고, 경쟁적인 아빠표 놀이가 아이의 발달에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엄마와 아빠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엄마는 주로 감싸고 보듬어주는 양육행동이 주 특기라면 아빠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절제하며 책임감을 갖게 하는 ‘자르는’ 특성을 갖습니다. 놀 때도 엄마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아이의 마음을 세세히 살피는 것을 잘하는 반면 아빠들은 다소 거칠고 아찔하지만 흥미진진하고 모험심 있는 놀이를 선호합니다. 이렇게 다른 놀이는 아이들의 발달을 보다 균형 잡히게 도와줍니다. 아이들은 엄마와 놀 때에는 편안함과 자신감을 키우고 감성을 발달시키지만 아빠와 놀 때에는 절제력과 경쟁심, 그리고 도전정신을 키우게 됩니다. 엄마처럼 봐주지 않는 아빠와 놀이를 할 때 아이들은 좀 더 악착같아져야하고,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집니다. 엄마는 쓰러진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지만 아빠는 “빨리 일어나!”라고 말하며 또 다시 덤빌 태세를 하니 아이는 얼른 자신을 스스로 일으켜 세워야만 합니다. 아빠의 무심하고 둔해 보이는 언어표현도 때로는 도움이 됩니다. 엄마들은 아이의 표정이 조금만 바뀌어도 “속상하구나”를 읊어대지만 아빠들은 좀 더 명확한 언어표현을 요구합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얼쩡대기만 해도 엄마는 아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 줄 알고 사주지만, 아빠들은 “왜?”라고 물음으로써 아이가 “아이스크림 사주세요.”라고 말하게 합니다.

이처럼 아빠는 엄마와는 다른 특성으로 아이와 소통을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새로운 발달자극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특히, 사회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데, 이는 엄마에게 익숙했던 아이가 엄마와는 다른, 하지만 엄마처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인 아빠와의 경험을 통해 사람과 관계하는 다른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엄마는 아빠가 엄마처럼 행동하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탓하고, 엄마처럼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아빠와 엄마의 양육태도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관성이란 가정에서의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는 아이의 귀가 시간을 저녁 7시로 하고, 아빠는 상관하지 않는다면 그건 일관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가정 규칙 외에 엄마와 아빠가 사고하고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차이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다양성인 것이기에 가치가 있습니다. 어떤 한 사건을 두고도 엄마는 감성적인 부분을, 아빠는 논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어 말할 것이고, 이것을 지켜본 아이는 감성과 논리, 이 두 가지를 발달시키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조물주가 이 세상에 여자와 남자를 만들고, 또 아이에게는 엄마와 아빠라는 두 명의 성인을 배정한 것에는 분명 깊은 뜻이 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두 명의 엄마, 혹은 두 명의 아빠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엄마다운 엄마와 아빠다운 아빠가 필요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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