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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형보다 앞서려고 하고 이기려는 아이
  | Name : 이보연  | Date : am.12.31-09:58
웅진씽크빅 - 엄마는 생각쟁이 2010년 1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늘 형보다 앞서려고 하고 이기려는 아이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7살 준이와 6살 혁이는 연년생의 형제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체격에서만 조금 차이가 날 뿐 파마머리에 옷과 신발까지 형제의 차림새는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엄마가 좀 유난스러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의 말로는 동생인 혁이가 하나부터 열까지 형과 똑같지 않으면 떼를 부리고 삐지는 바람에 그렇게 맞출 수 밖에 없었답니다. 준이는 잘 먹지 않아 엄마의 애를 태우기는 했지만 고집을 심하게 부리지는 않아 비교적 수월하게 키웠습니다. 혁이는 이에 비해 잠도 잘 자고 먹기도 잘 먹어 씩씩한 사내아이로 커나갈 것이라 믿었지만 두 돌이 지나면서 형의 물건을 뺏고, 홈스쿨 선생님과 공부하러 들어간 형을 쫒아 들어가겠다며 문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엄마가 형과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성질을 내며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형과 블록 놀이를 하다가도 형이 만든 배가 멋있다며 아빠가 형을 칭찬해주기라도 하면 갑자기 만들던 블록을 내팽겨치며 “내 것이 더 멋있어!”라며 화를 내고, 재미삼아 달리기 경주를 할 때도 죽기 살기로 형을 이기려 들고 형이 이기면 눈물을 흘리며 발을 구릅니다. 사내아이가 저 정도의 오기는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점점 갈수록 혁이의 시샘은 늘어만 가고, 혁이 눈치를 보느라 형인 준이에게 제대로 칭찬도 못해주는 것 같아 엄마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합니다.

7살 윤주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인 오빠가 있습니다. 오빠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태권도를 비롯해 여러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자 윤주도 엄마에게 자신도 오빠가 배우는 걸 하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학원을 안다니겠다고 떼를 써 걱정이라고 하던데 제발로 배우고 싶다고 하니 잘됐다 싶어 윤주도 오빠와 함께 학원을 보냈습니다. 윤주를 가르키는 학원 선생님들은 어린 아이가 의욕이 넘쳐 정말 열심히 배우려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도 윤주는 열심히 피아노 연습을 하고, 태권도의 품세를 복습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나자 윤주의 짜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는데, 이유인 즉 오빠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빠는 당연히 윤주보다 나이도 많고 더 오래 배웠으니 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들은 척도 안하고, 열심히 연습하는데도 안된다며 짜증을 있는대로 냅니다. 하루는 오빠가 학교에서 그림을 잘 그려 상을 받아왔습니다. 온가족이 오빠의 그림을 돌려보며 칭찬을 해주었지요. 윤주도 오빠의 그림을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그림을 갖고 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스케치북에 오빠의 그림을 나름 베껴서 그려 갖고 나와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잘 그렸지? 오빠꺼랑 내 꺼 중 어떤 것이 더 잘 그렸어?”라고 물으며 다녔습니다. 모두들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지 난감했었더랍니다.

형제간의 경쟁에서 그동안 문제가 되어왔던 부분은 동생을 보고 난 뒤 첫째가 겪는 상실감, 퇴행, 그리고 반항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혁이와 윤주처럼 동생들도 손윗 형제와의 관계에서 큰 어려움을 갖기도 합니다. 동생들이 형제관계에서 갖는 가장 대표적인 어려움은 바로 ‘열등감’입니다. 첫째의 경우도 열등감을 갖기도 하지만 열등감을 느끼는 대상이 부모라는 점에서 둘째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부모는 자신을 돌봐주는 존재이고, 겉보기에도 확연히 자신보다 크기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지만 받아들이는 것이 좀 더 수월합니다. 그리고 곧 자기보다 작고 능력이 떨어지는 동생을 보면서 어느정도 자신의 능력에 대한 위안을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둘째는 같은 ‘아이’인 손윗 형제와의 관계에서도 열등감을 느껴야 합니다. 만일 형제간의 터울이 적다면 이러한 열등감은 한층 강해질 수 밖에 없고, 열등감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적이 될 수 밖에는 없습니다. 게다가 부모와 주위 어른들이 아이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비교하는 말을 자주 하게 되면 동생은 더욱 좌절하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비록 그것이 정정당당한 경쟁이 아닐지라도 떼를 쓰고 우겨서라도 인정을 받고 열등감을 줄여보려고 애를 쓰게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내리사랑’이라며 어린 동생들을 예뻐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즈음은 외동이가 늘어나면서 형제, 자매가 많아질 경우 큰 아이들이 받게 될 스트레스에 더 많이 집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둘째를 낳고서도 첫째만을 편애하거나, 동생이 못하는 것을 흉보면서 “형은 잘하는데!”라며 첫째의 기를 살려주려는 부모도 많아졌습니다. 아기였을 때는 잘 알아듣지 못하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으나, 둘째가 커가는데도 계속 그런 식의 반응을 하게 되면 둘째는 화가 나며 부모와 첫째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인정받고자 과도하게 경쟁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의 편애를 받는 첫째는 동생이 태어나고서도 큰아이로서의 배려와 이타심을 배우기보다는 동생을 부리려고 하며 나약한 동생 앞에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동생의 무능력을 무시하는 ‘형같지 않은 형’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동생은 형을 따르기보다 경쟁상대로 삼게 됩니다.

친형에게는 함부로 굴고 이겨먹으려고 하면서 사촌형이나 다른 형들에게는 매우 잘하는 동생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가정에서 형제가 함께 즐겁게 놀고 나누는 시간을 평소에 많이 제공해주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피를 나눈 형제라고 하더라도 태어날 때부터 형제간의 우애는 생기지 않은 것이며, ’형제간의 우애‘란 함께 즐거운 일을 나누고, 힘든 일을 극복하면서 생기는 감정입니다. 부모가 시간이 없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아이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분쟁을 효과적으로 제공해주지 못하며, 대신 잘못하면 시시비비만 가리고 벌만 주게 될 경우 형제는 서로를 미워하고 등을 돌리게 되며 서로 자기주장만 하는 사이가 되어 버립니다. 큰 아이는 나이를 동생보다 더 먹은 만큼의 특권과 책임을 져야 하며, 동생은 어리기 때문에 손윗 형제의 지도를 받아야 하며 동시에 그만큼의 면책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형은 형이라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좋은 것도 있음을 느끼고, 동생은 어리기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지만 잇점도 있음을 경험할 때 형제는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고 경쟁적인 관계보다는 우애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동생의 지나친 열등감과 이에 따른 경쟁심을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태도입니다. 아이들 각각의 능력과 발달수준을 잘 파악하여, 그에 맞는 기대와 지도를 해야 합니다. 2살 아이의 끄적거린 그림을 보고 깔깔대며 비웃고, 형의 그림을 보여주며 “이렇게 그러야지!”라고 하는 것은 발달에 매우 무지한 부모입니다. 2살짜리가 아무리 미술의 조예가 깊더라도 끄적거림 이상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3살, 4살이 되면 이제 아이는 형의 그림과 자신을 비교해보며 왜 자신은 형처럼 그릴 수 없는 지 속상해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아이를 자극시킨답시고 “자꾸 연습해야지!”라고 하기보단 아이의 그림을 정성껏 감상해주면서 점점 커가면서 맘에 들게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형도 그랬었노라고 말해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하는 칭찬과 격려는 누가 잘했고, 못했는가가 아니라 아이들 각각의 수준과 능력에 따른 것이어야만 합니다. 또한 결과에 따른 칭찬보다는 과정 자체를 중요시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결과와 성취도만 따져본다면 손윗 형제를 이길 수 있는 동생들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과정을 생각한다면 어린 동생들도 형과 누나만큼 열심히, 열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형제간의 경쟁심, 이것은 얼핏보면 형제간의 문제인 듯 보이지만 경쟁을 하는 진짜 이유는 부모에게 자신이 중요하고 사랑받는 존재인가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한 쪽만 편애한다거나, ‘똑똑하고 잘난 아이’만을 사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들은 경쟁 레이스를 멈출 수 없게 됩니다. 각각의 아이들이 모두 소중하고 특별하며 사랑받는다는 것을 부모가 보여줄 때 아이들은 소모적인 경쟁을 끝내고 가족애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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