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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가르치기
  | Name : 이보연  | Date : pm.4.23-12:07
천재교육 - 꾸러기 논술 2010년 5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책임감 가르치기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초등학교 2학년 딸과 7살 아들을 둔 어머님이 상담센터로 절 찾아왔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몸과 마음 모두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어찌된 것이 아이들이 커가면 커갈수록 편해지기는 커녕 힘든 일만 늘어난다며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세상에 맘대로 안되고 힘들기로 치자면 ‘애키우는 일’만한 게 없으니, 이 어머님의 하소연은 충분히 납득이 가고도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나이로 보자면 이제는 막무가내인 유아기를 어느정도 벗어났기에 조금은 편해질만도 할 때인데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는 말에는 고개가 살짝 갸우뚱해졌습니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그 동안 엄마에게 혼도 나고 잔소리도 듣고 때로는 칭찬도 받으면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들을 구별하기 시작하며, 매일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일과에도 적응을 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님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어떤 일이 제일 힘드냐고 물었습니다. “꼭 내가 나서서 채근해야지만 일이 이루어져요.” “하루종일 눈 뜨면서부터 눈 감을때까지 혼자서만 동동거리며 아이들 뒷치닥꺼리를 해야만 해요.”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어머님의 피곤한 하루 일과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직 어리고, 책임감도 부족하기에 많은 부모들이 잔소리를 하고, 야단을 치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잔소리와 야단을 치는 목적은 당장 그 순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아이가 앞으로 스스로 자신의 일을 잘하고 책임감을 발달시키며 부모의 말에 잘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많은 부모들이 위에서 소개한 남매의 어머님처럼 채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야단을 치는 방법이 비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잘못을 했다면 당연히 그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댓가가 혹독할수록, 인상 깊을수록 아이들은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조심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댓가를 제대로 치루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야단입니다.

다시 그 남매의 어머님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매일 밤마다 어머님은 첫째에게 책가방을 챙기라고 말을 합니다. 아이는 이따가 하겠다고 하고는 그냥 잠이 들어버립니다. 어머님은 아이의 책가방을 확인하곤 잠자는 딸을 대신해 주간계획표를 보고 아이의 책가방을 챙겨줍니다. 다음날 아이는 학교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합니다. 알림장에 독서기록장을 갖고 가야 한다고 썼는데 어머니가 챙겨주지 않았다며 화를 냅니다. 어머님은 부리나케 독서기록장을 챙겨들고 학교로 향합니다. 아이가 집에서 돌아오면 어머님은 ‘왜 책가방을 꼼꼼히 챙기지 않았냐’며 아이를 나무라고, 이제는 두 번다시 책가방을 챙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날 밤도 책가방을 챙겨줍니다.
둘째와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유독 눈이 많이 온 이번 겨울, 둘째는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나가려는 둘째를 어머님은 불러세우며, 손이 시려울테니 장갑을 끼고 나가라고 했습니다. 둘째는 서랍에서 털장갑을 꺼냈고, 이를 본 어머니는 그 털장갑은 금세 눈에 젖으니 스키장갑을 끼고 나가라고 했습니다. 털장갑과는 달리 스키장갑은 한 번에 손이 쑥 들어가지 않으니, 아이는 불편했나봅니다. 털장갑도 괜찮다고 우기는 아이와 손이 시려울테니 스키장갑을 끼고 나가라는 어머니 사이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고, 결국 어머니는 화가 나 아이를 벌 세우고, 그 날 아이는 눈싸움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듯이 남매의 어머님은 아이들을 몹시 사랑하며, 아이들이 곤란해지거나 불편해지지 않도록 배려하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너무 아이들을 배려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엄마에게 미루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러다보니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더 커져가고 이 때문에 육아 스트레스는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거지요.
아이의 책임감을 키우려면 때로는 아이들이 다소 당황하게 될지라도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선택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경험토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가 스스로 책가방을 챙기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아도 엄마가 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엄마는 아직 저학년인 아이의 책가방 챙기기를 도와주어야 하지만 “책가방 싸야지.”라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직접 책가방을 쌀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자신의 부주의로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다면 이에 대한 벌과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평소에 잘 챙기던 아이가 실수로 빠뜨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면 학교로 준비물을 가져다주는 것은 괜찮으나, 툭하면 학교에서 전화를 걸어 엄마를 불러내는 경우에는 응하면 안됩니다. 때론 선생님께 지적을 받고,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아 친구들의 눈칫밥도 먹어봐야 좀 더 경각심을 갖게 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눈싸움에는 털장갑보다 스키장갑이 더 좋다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봤자 어린 아이들에게는 설득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일단 어린 아이들이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막무가내입니다. 아이의 선택이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다소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이가 직접 자신의 선택의 결과를 경험케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털장갑을 낀 채 눈싸움에 나간 아이는 손이 시려워 곧 집으로 뛰어 들어오게 됩니다. 그제서야 엄마가 말한 것이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 알게 되는 거지요.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다음 번엔 엄마의 말에 좀 더 주의를 기울입니다.

사랑하는 자식들이기에 시행착오 덜 거치고, 편하고 안전한 길을 걸었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은 좌충우돌하면서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날개짓을 배우게 하기 위해 둥지밖으로 새끼를 밀어내는 어미새처럼 때로는 단호해져야 하는 것이 부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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