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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
  | Name : 이보연  | Date : pm.7.1-02:02
웅진씽크빅 - 엄마는 생각쟁이 2010년 7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초등학교 2학년인 준서는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서 말썽도 부리지 않는 모범생입니다. 많은 사내아이들이 덜렁대고 까불며 실없는 장난을 하는 것에 비해 준서는 다른 아이들을 귀찮게 하는 장난 따위는 전혀 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책보는 것을 즐겨합니다. 독서와 더불어 준서가 좋아하는 것은 모형만들기입니다. 특히, 준서는 기차 만들기를 매우 좋아해 인터넷을 뒤져 모형을 찾아 인쇄한 후 정성껏 오려 기차 모형을 만들어냅니다. 준서가 만든 기차 모형은 정말 정교해 보는 사람들마다 감탄을 합니다. 준서의 방에는 이러한 작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준서 부모님은 준서가 다른 사내아이들처럼 개구진 장난도 치고, 거칠게도 놀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꼼꼼하고 집중력이 좋은 것이 준서의 장점이라 생각하며 그동안은 별다른 걱정 없이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준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염려되는 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준서의 사회성입니다. 다른 사람을 해꼬지 하지 않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것은 좋으나, 그 또래 아이들이 즐겨하는 활동이나 흥미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기 일만 하는 것이 점점 튀는 행동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또래들이 모여서 팽이며 딱지치기를 할 때에도 준서는 한 쪽 구석에서 꼼지락 거리며 기차모형을 만들거나 기차를 그리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놀자고 하면 따라가 함께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혼자가 되어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준서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매일 매일 부모에게 친구와 놀겠다고 졸라댄다던데, 준서는 스스로 친구를 찾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너무 친구를 밝혀도 힘들다고 하던데, 준서 부모님은 너무 친구를 찾지 않는 아이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재민이도 준서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재민이는 여행을 매우 좋아합니다.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께서 주말에도 가게에 나가 일을 하시기 때문에 재민이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많이 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놀토에 운영되는 학교의 특별 프로그램이나 교회나 성당의 캠프에는 꼬박 꼬박 참여합니다. 재민이는 특정 종교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교회나 성당에서 캠프가 있는 것을 알면 어떻게해서든 따라갑니다. 그 모습을 본 어떤 사람은 재민이에게 ‘참 넉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면을 보면 재민이는 사교성이 좋은 아이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재민이에겐 단짝 친구가 없습니다. 5학년 정도가 되면 사내아이들은 예닐곱 명씩 패거리를 만들어 몰려다닙니다. 그 중에서 특히 어떤 아이와는 단짝이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재민이에게는 단짝도, 함께 몰려다닐 패거리도 없습니다. 재민이의 부모님은 재민이에게 친한 친구가 없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재민이는 어려서부터 늘 밖에서 지냈습니다. 하루 종일 놀이터에서 놀다오는 아이에게 어떻게 친구가 없을 수 있는지.... 지금도 재민이는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고, 제법 멀리 있는 공원까지 갖다오기도 하며, 그래도 심심하면 마트의 구석구석을 탐험하기도 합니다. 재민이는 세상에 대해 관심은 많은 듯 보이지만, 정작 세상의 가장 중요한 존재인 사람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래관계에서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거나, 반대로 공격적인 경우에는 쉽게 아이에게 사회성의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지만 준서와 재민이처럼 혼자서도 즐거워보이는 아이들은 늦도록 아이의 사회성의 문제를 의심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아이들은 또래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드러내어 표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미취학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친구사귀기에 대한 욕구도 별로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자신이 단짝친구를 갖지 못하거나, 또래집단에 속하지 못했을 때도 별로 아쉬워하고 슬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좋으니 싫으니해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이 접해야 하는 사회적 관계는 보다 다양해지며 복잡해지고 영향력도 커지기 때문에 이러한 아이들도 나이가 들면서는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한 것에 대한 댓가를 치루게 되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높아지게 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뒤늦게라도 또래관계를 맺고자 하나, 사회성 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상처받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관계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 자체를 회피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에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관계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고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이 어려서 ‘사회적 관계’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만일 아이가 부모의 돌봄을 충분히 받아야 할 어린 시절 방치되었거나, 학대를 받았다면 아이는 그에 대한 충격과 상처로 사람을 기피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기질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선천적으로 사람 사귀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운동, 말하기, 음악적 능력 등과 마찬가지로 사회성 능력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회적 관심’, 타인의 마음과 감정을 헤아리는 ‘감정이입능력’ 등은 사회성 능력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것인데, 이러한 능력이 좋게 태어난 아이도 있고, 미흡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사회성 능력이 부진하게 태어난 아이들은 사람보다는 사물에 관심이 더 많고,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의 관심사에 더욱 몰두합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을 살피고 관찰하며 따라하는 행동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다른 사람의 마음 속까지 헤아리는 능력은 더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눈치가 부족하고, 사회성 기술이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부진한 사회성이 계속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래에 비해 뒤처지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발전합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우정이며 단짝 친구를 형성하게 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그때서야 ‘친구랑 놀고 싶어, 그런데 안놀아줘!’하는 유치원, 늦어도 초등학교 저학년때 하는 불평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또래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이때부터라도 애써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이가 친구를 요구하고 불평하기 전부터 부모는 아이의 또래관계를 세심히 살펴 친구경험을 쌓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일찍 연습한 아이가 더 쉽게, 더욱 유능해질 수 있을테니까요.

무엇보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을 두신 부모님들은 아이가 또래와 어울릴 시간을 자주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치원이나 학원같은 환경에서 오fot동안 함께 있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한 공간에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함께 했느냐가 더욱 의미있습니다. 친구를 집에 초대하거나, 친구집에 놀러가기, 가족들이 함께 놀러가기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될 수 있으면 자주 갖도록 애써야 합니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친구에게 다가가지 않으므로, 자리만 마련해두고 ‘이제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의 태도는 좋지 않습니다.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할만한 활동들을 미리 계획해 아이를 활동에 끌어들여 친구와 함께 하는 경험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이끌립니다. 아이와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를 찾아주고, 옆에서 주변 사람들이 아이들의 비슷한 점을 발견해 말해줄 때 서로에 대한 호감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와같은 부모님의 노력을 통해 친구에게 별 관심이 없었던 아이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늘어나게 되며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을 보다 편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정과 협동의 의미를 깨닫게 되며 진정한 친구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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