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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에 사사건건 따지고 대드는 아이
  | Name : 이보연  | Date : pm.4.24-10:39
웅진씽크빅 - 엄마는 생각쟁이 2009년 5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엄마의 말에 사사건건 따지고 대드는 아이

                                             이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상희 어머님은 요즈음 상희가 무섭습니다. 얼마나 뾰족하고 야박스럽게 말을 하는 지 입안에 가시라도 숨기고 있는 아이같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들여다 본 아이의 가방에서 단원평가 시험지를 발견하였답니다. 생각보다 틀린 게 많아 저녁 식사 도중 과학에 신경 좀 써야겠다며 한 마디 했더니 아이는 갑자기 신경질을 내며 왜 남의 가방을 뒤져봤냐, 엄마는 정말 비겁한 사람이다. 자기도 사생활이 있다는 등의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더랍니다. 상희 어머님도 기분이 상해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왜 그리 화를 내냐고 했더니, 이번엔 아이가 하는 말이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면서 엄마도 결국 시험 성적을 중요시하는 그런 사람이었냐, 그런데 왜 안그런척 했느냐, 너무 겉과 속이 다르다며 또 따지고 화를 내더랍니다.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야단을 치는 것도 아니고 좋게 말한 것인데도 눈을 시퍼렇게 뜨고 화를 내는 아이에게 상희 어머님은 서운하면서도 두렵기까지 합니다.

준혁이는 ‘깐죽 대장’입니다. 준혁이 어머님은 어렵게 가진 아이인만큼 잘 키우겠노라고 굳게 다짐했고 왠만한 육아서는 다 읽어 본 나름 ‘육아 전문가’였습니다.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는 것이 중요하고, 설명으로 가르치는 것이 좋다 하여 어릴 적부터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열심히 설명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은 왠지 모르게 아이의 ‘말빨’에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숙제를 자꾸 미루기에 얼마 전에 화를 내며 “숙제를 왜 안하니?”라고 다그쳤더니 아이는 엄마를 빤히 쳐다보며 “좀 있다가 할 꺼야!”라고 당당히 말하더랍니다. “그래놓고는 또 미루려고 하지?”라고 했더니 아이는 참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엄만 나 못믿어? 30분 뒤에 하려고 계획을 했었단 말야. 엄마가 나를 그렇게 못믿으면 나도 할 수 없지. 자식은 부모의 기대대로 자란다며? 엄마가 날 못믿으면 나도 날 믿지 못하겠지.”라며 히죽 웃기까지 했답니다. 그 모습이 하도 얄미워 꿀밤을 때리니 준혁이는 “어! 엄마라고 해서 자식을 때릴 권리가 어디있어? 때리면 야만인이라며, 그럼 엄마가 야만인이네?‘라며 끝까지 깐죽거립니다. 무언가 잘못되긴 한 것 같은 데,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 지 준혁이 어머님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제법 논리를 갖춘 말들을 하기 시작하고, 기억 능력도 좋아지는 초등학교 무렵이 되면 아이들은 이제 말로 자신을 변호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적당한 수준의 언어적 자기 주장과 공격성은 괜찮지만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억지 주장식의 논리는 막무가내의 떼부림과 주먹질처럼 나쁜 것입니다. 특히, 자신보다 손윗사람에게 사사건건 따지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행동은 매우 무례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이 또한 그 아이들의 부모님이 가르친 것이며 잘못된 교육을 한 댓가를 본인들이 치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부모님들의 어떤 태도가 이렇게 사사건건 따지고 대드는 아이들을 만드는 것일까요? 가장 큰 원인은 아이들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아이들의 행동과 태도, 심지어 생각과 감정 모두를 사사건건 따지고 가르치려고 든 ‘지나친 설명과 개입’입니다. 자녀수가 적다보니 과거의 부모들에 비해 현대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보다 집중을 합니다. 육아의 중요성에 대해 보고 듣고 배우다보니 부모 역할의 막중함도 알게 되면서 더욱 더 잘하려고 애를 쓰지요. 각종 육아서에는 체벌을 하지 말라하고 대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설명을 해주라고 하니,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에는 친절하게, 아이가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을 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큰 함정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설명’을 설득으로 알아듣고 아이가 문제 행동을 했을 때 안되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로 하여금 ‘내가 큰 잘못을 했고, 앞으로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려는 설득을 하려 합니다. 또한 설명은 아이의 발달수준에 맞게 해주어야 하는 것인데, 이제 겨우 두 돌 밖에 안된 아이에게 장황하게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말하며 ‘알겠니? 모르겠니?’라고 되묻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아이의 발달수준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이를 마치 어른 대하듯 말로써 설득하게 되면 아직 언어적 능력이 부족할 때에는 엄마의 말솜씨를 당할 수 없으니 겉으로는 엄마의 말에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커갈수록 엄마의 말에 일일이 토를 달며 이제는 거꾸로 자신이 엄마를 설득하려 합니다. 또한 커갈수록 엄마의 말에 비논리적인 부분이 있으면 지적을 하며 엄마의 말에 설득력이 없으니 듣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뚜렷하게 잘못된 행동에 대해 안되는 이유를 설명 듣고 야단을 맞으면 아이들은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적 가치, 신념이나 감정에까지 이렇게 하면 좋지 않겠니? 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개입을 하게 되면 아이들은 마음 속에서 슬슬 짜증도 나고 부모가 자신들을 이리 저리 이끌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아이가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할 때 윽박지르거나 때리는 것이 아닌 설명을 해주고 타협을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양육태도임이 분명하나 매사 부모의 뜻대로 아이를 이끌려고 설명을 이용하는 것은 매를 들어 아이를 굴복시키는 것과 매한가지 방법일 뿐입니다. 매를 맞고 부모의 말을 듣는 아이가 속으로 부모에 대한 반항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매사 설득을 당한 아이 또한 속으로는 부모에게 대항하고 싶고 부모를 굴복시키고 싶다는 반항심을 갖게 됩니다. 힘이 세지면 부모가 들고 있는 매를 잡아 부러뜨리는 것처럼 말을 잘하게 되면 부모의 말에 대들고 따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아이가 사사건건 따지고 대든다면 부모님의 평소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혹시 아이에게 지나치게 개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냥 지나쳐도 될 일을 아이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에서 이런 저런 조언을 너무 많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조언이 조언 그 자체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은근한 강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만일 부모님 자신이 너무 개입을 많이 한다고 여겨지면 사소한 것에는 한 발 물러나 아이가 시행착오를 거쳐 배워나가는 것을 지켜보셔야 합니다. 아이에게 지시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엔 부모님은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에게 지시와 명령을 하는 부모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달콤한 것을 매우 좋아하는 아이들 특성 때문에 때론 독이 될 수도 있는 달콤함을 찾는 아이들을 단호하게 제한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왜 부모의 말을 따라야하는 지 간단히 말을 해주고 따르게끔 해야 합니다. 자신감이 없는 부모는 혹시 아이가 따르지 않을까봐 이런 저런 사족과 같은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그러다보면 아이에게 말꼬리가 잡히게 되고 논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상희가 자신 몰래 가방을 뒤졌다는 것에 흥분할 때 엄마는 시험 못본 얘기를 하는 데 왜 화를 내냐며 엄마의 입장을 변명하며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엄마가 네 허락도 없이 가방을 봐서 기분이 많이 상했구나. 게다가 잘 못 본 과학 시험 이야기까지 해서 더 마음이 상했겠구.”라고 말했다면, 숙제를 미루려는 준혁이에게 질문과 꿀밤을 때리는 대신에 좀 더 근엄한 표정으로 “준혁아, 지금 가서 숙제 해. 지금이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야.”라고 말했다면 쓸데없는 논쟁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때론 마음을 헤아려주고, 때론 지시와 명령을 할 수 있고, 때론 아이가 성공하기를 마음 속으로 빌며 기다려주는 것, 이 모두가 좋은 부모가 해야 할 역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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