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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 맞추기
  | Name : 이보연  | Date : pm.1.21-05:03
천재교육 - 꾸러기 논술 2010년 2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 맞추기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준서는 3살 때 스스로 한글을 깨우치고, 4살부터는 영어 유치원을 다녔습니다. 명절때에는 친척들 앞에서 영어 노래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고, 원어민을 능가하는 발음으로 “apple"이며 ”bus"를 말할 때면 준서 엄마의 어깨도 함께 으쓱거리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들어와 치룬 첫 번째 영어시험에서 실수를 범해 엄마의 기대를 무너뜨렸고, 그 후로 준서는 “그렇게 영어를 배워놓고는 왜 못하니?”라는 엄마의 핀잔을 들어야했습니다. 지금도 영어학원을 다니지만 준서에게 영어는 두렵고 조심스러운 공부입니다. 어릴 적부터의 소망이었던 비행기 조종사의 꿈도 버려야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고민 중입니다. 비행기 조종사가 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엄마로부터 들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혁이는 달리기가 빠르고 민첩성이 좋아 운동을 잘합니다. 요즘에는 축구에 빠졌는데 이제껏 해본 운동 중에서 최고로 재밌고 신이 납니다. 혁이네 학교에는 축구부가 있는데 하루는 축구부 선생님께서 혁이의 경기모습을 유심히 보더니 재능이 있다며 축구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물어오셨습니다. 그 재미있는 축구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 좋기는 하지만 혁이는 자신이 없습니다. 엄마, 아빠는 늘 혁이를 보고 ‘끈기가 부족해 끝까지 하는 것이 제대로 없는 아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축구가 좋지만 하다보면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고, 그래서 하기 싫어질 수도 있을텐데 그렇게 되면 축구부 선생님도 실망하실 것 같아 고민이 많습니다. 중도에 포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안하는 것이 주변에서 핀잔 받을 일도 적을 것 같기도 합니다.

준서와 혁이는 모두 꼬리표가 달린 아이들입니다. 준서는 “영어를 못하는 아이”, 혁이는 “끈기가 없는 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습니다. 이러한 꼬리표를 처음 달아준 사람은 준서와 혁이의 부모들이었지만 이제는 준서와 혁이 스스로가 자신들을 ‘영어에 소질이 없는 아이’, ‘끝까지 하는 게 없는 아이’라고 규정해버렸고 그러다보니 정말로 영어를 잘 못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준서와 혁이의 부모는 자신들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여준 것이 하나의 올가미가 되어 아이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닌 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처럼 비난은 사자도 움츠리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본디 사랑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매우 많아서 칭찬을 받으면 힘이 나며, 반대로 비난과 지적을 받으면 위축되고 불안해집니다. 특히 자신에게 필요하고 소중하며 사랑하는 사람인 부모가 자신을 비난하고 못마땅해한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말할 수 없이 긴장하며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욱 서툴게 굴어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못본다고 야단을 많이 맞은 아이는 시험을 잘 보고 싶어도 시험만 생각하면 예전에 혼났던 일들이 떠오르고 혹시라도 실수를 하여 시험을 망쳐 야단을 맞게 될까봐 시험을 보면서도 집중이 안되어 결국 시험을 망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다보면 아이는 시험이라는 것 자체를 싫어하게 되고, 시험을 치루는 학교와 공부자체를 멀리하게 되는 일까지도 벌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아이의 약점이나 단점과 같은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오히려 부정적인 면이 더욱 늘어나버리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왜 너는 참을성이 없니?”, “왜 양보를 하지 못하니?”라며 아이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지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애는 너무 끈기가 없어서 문제예요‘라고 말하는 부모의 마음에는 아이에 대한 걱정과 함께 아이가 이러한 부모의 염려를 눈치채고 올바른 행동을 하고자 노력하게끔 자극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러한 부모의 걱정과 의도는 헤아리지 못한 채 자신의 나쁜 점을 지적하는 부모에게 마음이 상하고, 자신의 나쁜 점을 깨닫게 되면서 자아상이 부정적이 되며, 자존감이 낮아지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은 시어머니에게 지적받은 며느리의 마음을 생각하면 금세 이해가 될 것입니다. 김장을 담그는 데 시어머님이 간을 보시면서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너는 김치 하나도 제대로 못 담그니?”라고 말을 한다면 그 후 시어머님이 보는 앞에선 김치를 담그고 싶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맛이 없다고 하더라도 꼭 그런 식으로 말을 하셨어야 했는지! 하는 원망감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만일 시어머님이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쟤는 아직까지 김치를 제대로 담글 줄 몰라!”라고 까지 한다면 김치를 먹고 싶은 마음까지도 사라질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하는 잘못과 실수를 모두 허용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때론 지적을 하고 야단을 쳐야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는 행동과 더불어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려 애쓰고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는 것처럼 아무리 형편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괜찮은 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부모라면 이러한 괜찮은 면을 악착같이 찾아내어 아이를 격려해주고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끈기가 없다’고 단정짓고, 아이가 포기하고 싫증을 내는 순간마다 “넌 왜 그리 끈기가 없니?”라고 말해주는 대신 아이가 조금이라도 집중해서 할 때 “와, 열심히 하는구나. 참을성이 좋구나.”라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꼬리표를 붙여주려고 애써야 합니다. “이 욕심장이야.”, '게으름뱅이‘, ’까다로운 녀석‘ 대신에 “마음이 따뜻한 아이”, “친구를 잘 도와주는 아이”, “재미있는 아이”처럼 긍정적인 면을 더욱 부각시켜 자주 말해주어야 합니다. 설령 마음이 따뜻할 때보다 욕심을 부릴 때가 더 많더라도 긍정적인 꼬리표가 붙은 아이는 긍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고 행복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기 위해 긍정적인 행동을 더욱 많이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아이의 긍정적인 면들이 더욱 늘어나면서 부정적인 면들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고 또 장점도 있습니다. 장점들이 더 많이 부각되고 늘어날 때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있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부모는 아이의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하며 초점을 기울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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