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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의 다툼은 부모하기 나름
  | Name : 이보연  | Date : pm.9.3-01:28
웅진씽크빅 - 엄마는 생각쟁이 2010년 9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형제, 자매를 때리는 아이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8살인 현우에게는 2살 터울의 형이 있습니다. 하지만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도대체 누가 형이고 아우인지 헷갈려합니다. 현우가 너무 형을 함부로 대하기 때문입니다. 형에게 “야!”라고 부르는 것은 기본이고, 화가 나면 형에게 발차기를 날립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욕까지 배워, 형이 뭐라고 하면 주먹과 함께 거친 욕까지 퍼붓습니다. 형보다 머리 하나는 작고, 체격도 왜소한 아이가 도대체 뭘 믿고 형한테 저리 까불고 덤비나 싶어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현우가 형에게 이리 구는 데에는 부모님의 태도가 크게 한 몫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튼실했던 형과는 달리 현우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허약하고 크는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병치레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현우 부모님은 늘 현우가 안쓰럽고, 어리게만 느껴졌지요. 몸이 약해 또래보다 늦게 걸음마를 시작하긴 했지만 현우도 다른 걸음마기 아기들처럼 형의 물건에 손을 대고, 형을 쫒아다니며 귀찮게 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마다 형은 현우를 밀치고 소리를 지르며 때리기도 하였습니다. 겨우 동생과 두 살 터울이라 형 역시 아직 어린 아이였지만 부모님의 눈에는 형은 현우에 비해 건강하고 다 큰 아이로 보여졌나봅니다. “아프고 어리고 약한 동생을 괴롭히는 건 정말 나빠!” 하루에 열두번도 더, 현우의 부모님은 형에게 이렇게 말하고 벌을 주었습니다. 그 때문이었는지, 형은 현우가 괴롭히면 화내고 때리는 대신에 혼자 투덜대며 피해버립니다. 아마 형 입장에서는 괜히 동생에게 뭐라 했다가 부모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이 현우에게 맞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현우는 이런 형의 속사정도 모른 채 날이 갈수록 형에게 더욱 함부로 대하기만 합니다.

현우네와 달리 윤주네는 큰아이가 작은 아이를 괴롭힙니다. 윤주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동생을 쥐 잡듯 잡는 답니다. 윤주는 결혼 7년 만에 어렵게 가진 아이였습니다. 당연히 부모는 지극정성으로 윤주를 돌봤습니다. 윤주가 세 돌이 막 지났을 무렵 어머님은 예상치도 않았던 둘째를 갖게 되었습니다. 워낙 큰 아이를 어렵게 가져 둘째는 상상도 못했는데, 임신을 하고 나니 기쁘기도 했지만 혹시 윤주가 둘째 때문에 상처받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하였습니다. 주변에서 동생 때문에 아기짓을 하고 사납게 변하거나 우울해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걱정은 늘어만 갔지요. 그래서 윤주의 부모님들은 둘째가 태어나도 윤주가 상처받는 일이 없게 하리라 다짐하였습니다. 덕분에 윤주는 둘째가 태어나도 여전히 부모님의 관심을 독차지하였고, 둘째가 누나를 건드리거나 괴롭히면 야단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윤주는 여전히 동생이 자기 것을 건드리면 화를 내고 동생을 밀쳐내며 때립니다. 누나가 너무 매정하게 대하니 동생도 누나가 싫은 지 점점 커가면서 슬슬 누나 약을 올리고 건드리면서 이제는 형제, 자매간의 육탄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라고 윤주를 감싼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아이 둘 모두 상처를 입고 서로를 미워하는 사이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 것인지 윤주 부모님은 난감하기만 할 뿐입니다.

형제, 자매간의 우애를 당연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세상일이 그러하듯 형제간의 우애 역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하는 형제관계는 세상의 어떤 대인관계보다 치열할 것입니다. 만일 부모가 형제를 두고 저울질을 하며 비교를 일삼거나, 형제간의 다툼과 경쟁을 아이들끼리의 문제로 치부하고 내버려둘 때 형제, 자매관계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형제, 자매끼리 때리고 싸운다면 이는 전적으로 형제관계를 현명하게 다루지 못한 부모님의 책임입니다.

우애있는 형제, 자매 관계를 위해서는 서열이 확실히 정해져있어야 합니다. 첫째와 둘째, 형과 동생의 위치가 분명해야 합니다. 서열에 따라 책임과 특권도 결정됩니다. 첫째는 새로운 것을 더 빨리 접하고, 동생에게 존경을 받는 특권 대신 동생을 돌봐줘야 하고 더욱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책임이 따릅니다. 둘째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덜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특권이 있지만 윗사람의 말을 따르고 존중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동생이 형에게 “야!”, “너!”라고 부르며 함부로 굴면서 형이 자신을 돕지 않았다고 떼를 쓸 수 없습니다. 반대로 형은 동생보다 더 많은 과자를 먹으면서 과자봉지 치우는 일을 동생에게 모두 미룰 수 없습니다. 물론 아이들의 나이에 따라 각자가 책임져야 할 일들은 달라집니다. 연년생, 혹은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 자매에게 형, 누나의 과중한 책임을 맡겨서는 안됩니다. 현명한 부모는 형과 동생관계를 생각하기 이전에 각각의 아이들의 발달수준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발달수준에 맞는 책임을 부여해줍니다. 이런 책임이 명확하게 주어지면 아이들이 “형(혹은 동생)은 하는 데 왜 나는 못하게 해?”라는 불평불만을 하지 못할뿐더러 동생이 감히 형에게 대들거나, 형이라고 동생에게 군림하려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우애가 좋은 형제, 자매라 하더라도 싸움과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이러한 싸움에 대비한 규칙을 정해놓아야 합니다. 이러한 규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은 사람을 때릴 수 없다”가 됩니다. 누가 더 많이 때리고, 누가 먼저 때렸는지 시시비비를 가리다보면 부모도 도대체 누구 편을 들어야 할 지 모르겠고, 처벌을 내리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치 않습니다. 아이들 역시 부모의 판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를 내고 억울해 합니다. 발달특성상 자기 중심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아동기에는 부모가 최선을 다해 공정한 판결을 내려도 불만이 있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판사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앞으로 이러한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확고한 규칙을 세워 아이들이 올바른 습관과 자기 통제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형제, 자매들이 서로 때리며 싸울 때 부모는 ‘우리 집에서는 절대 폭력적인 일은 허락되지 않는다’를 단호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는 싸우는 아이들 사이를 막고 서로 때리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 집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때릴 수 없단다”라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그토록 화가 난 이유에 대해 부모는 주의깊게 들어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주장 혹은 변명을 잘 듣고, “아~ 너는 이러저러해서 화가 났구나.”라고 말해주며 속상하고 화난 마음을 이해해주지만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서 때릴 수는 없으며, 때리고 욕하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라”고 격려해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계속 할 때에는 이를 멈추기 위해 부모는 ‘벌’을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벌’에는 잠시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거나(놀이시간을 줄이거나, 용돈 삭감 등), 싫어하는 것을 하게 하는(쓰레기 버리기 등) 것 등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부모의 제안을 받아들여 싸움을 그치고 우애있는 행동을 보일 때에는 마음을 듬뿍 담은 칭찬과 격려가 주어져야 합니다. 부모의 이러한 배려깊은 양육을 경험할 때 형제, 자매는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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