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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깜박이는 아이
  | Name : 이보연  | Date : pm.11.27-09:36
천재교육 - 꾸러기 논술 2010년 12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눈을 깜박이는 아이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초등학교 1학년인 성준이는 얼마 전부터 눈을 자꾸 깜박입니다. 이유를 물으면 눈이 간지러워서 그런다고 하고, 어떤 때에는 눈이 아프다고도 하며,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다고도 합니다. 염려가 되어 안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지만 눈에 특별한 이상은 없고 아마도 ‘알레르기’때문인 것 같다며 안약을 처방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안약을 넣어도 눈깜박임이 나아지지 않아 성준이 부모님은 걱정이 많습니다.

도현이는 헛기침을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감기와는 상관없이 긴장이 되거나, 기분이 안좋을 때 유난히 헛기침을 많이 하는 것으로 봐서는 몸이 아픈것보다는 마음과 상관이 더 많아 보입니다. 도현이의 헛기침은 2년 전인 7살부터 시작해서 나타나기와 사라지기를 2년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몸이 허해서 생기는 일인가 싶어 보약을 먹이기도 했지만 특별히 나아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2학년 여자아이 유선이는 5살때부터 손톱을 깍아준 적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손톱을 물어뜯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입술을 씰룩거리는 행동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데다가 이러한 행동을 빨리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손톱뜯기 버릇처럼 고치기가 힘들까봐 유선이 부모님은 유선이가 입술을 씰룩거릴 때마다 지적하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입술을 찰싹 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혼이 나고 나면 잠시 멈추는 듯 싶다가도 어느새 아이는 입술을 씰룩거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에 몰두할 때는 오물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심하게 입술을 씰룩댑니다.

성준이, 도현이, 그리고 유선이처럼 눈을 깜박거리거나 입술을 씰룩대거나 코를 찡긋거리고 헛기침을 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흔히 ‘나쁜 버릇’을 지녔다고 하지만, 사실 이러한 행동들은 ‘나쁜 버릇’이 아니라 ‘틱’이라는 일종의 신경증적인 증상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버릇과 매우 비슷하므로 아이가 눈을 깜박거리거나 코를 찡긋거리면 부모는 ‘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왜 참지 못하냐고 나무라지만 틱은 버릇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행동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아무리 하고 싶지 않아도, 참으려 해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틱 증상을 하는 동안 본인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매우 많으므로 남들이 지적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모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틱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아이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되묻거나, 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런다고 해서 틱 증상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틱 증상만 더욱 심해질 수가 있지요. 그러므로 자녀에게 ‘틱’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섣불리 해결하려고 달려들기보다는 ‘틱’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파악하고 자녀의 성격특성에 맞추어 문제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틱’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는 있지만 뇌의 중추신경계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에서 비롯되었을 신경생리학적 기능의 문제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쪽이 틱 증상을 보일 경우 다른 한쪽도 틱 증상을 나타낼 확률이 77%에서 100%에 이를 정도로 높다고 하여 유전적 소인도 매우 높음이 입증되었습니다. 이처럼 ‘틱’은 선천적인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심리적인 요인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틱의 발병이나 증상을 촉진, 심화시킨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학교 입학이나 시험, 중요한 경기를 앞두었거나, 부모의 이혼, 동생의 출산 등과 같은 스트레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틱이 발생하거나 심해지는 경우들을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가 갑자기 ‘틱’을 나타낸다면 자녀를 다그치기 전에 혹시 자녀에게 스트레스가 될 만한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은 없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학교에서 창피를 당한 일은 없었는지, 친구관계에 문제는 없는지를 먼저 살피어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해주어야 하며, 자녀의 마음을 살피고 위로를 해주어야 한다면 기꺼이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모가 이러한 역할을 해주었을 때 아이의 마음을 짖누르던 스트레스의 힘이 약해지면서 아이의 틱 증상도 자연스럽게 수그러들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대인관계에서 뿐 아니라 아이의 뇌발달에 부담을 주는 자극을 받을 때도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아이의 발달수준을 뛰어넘는 학습 자극이나 과도한 텔레비전 시청과 게임도 아이의 뇌발달에 독이 됩니다. 너무 많은 학원을 다니고 숙제에 치여 사는 아이들, 그리고 하루종일 텔레비전, 만화책,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매우 어수선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데, 바로 이것이 뇌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입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에게서 틱 증상도 자주 발견됩니다. 그러므로 텔레비전이나 게임을 적절히 제한해주는 것도 틱 증상의 감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부모는 자녀가 되도록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입니다. 아무리 부모가 애를 쓴다고 해도 자녀를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에서 완벽히 보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성장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사람의 인생에서 갈등과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고 참아내며 자아를 단련시키는 것도 성장과정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문제를 처음 접할 때는 떨리고 두려워 틱을 보일 수도 있지만 비슷한 문제를 다시 접하게 될 때는 처음에 비해서는 한결 여유를 갖게 되어 틱 증상이 미약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틱 증상이 7세에서 11세 사이에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가 13세 이후로 감소폭이 큰 것도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경험과 지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보다 잘 다루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틱 증상이 좋아지려면 어느정도 아이가 성장해야 함을 인식하고, 급한 마음에 아이를 다그치거나 ‘부모가 잘 해주었는데도 왜 틱을 멈추지 않느냐’며 초조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틱’은 상당히 얄궂은 면이 있어서, 증상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새로운 증상이 연이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틱이 ‘눈깜박임’이고, 그 후 코를 찡긋 거리거나 킁킁 거리기, 입을 씰룩 거리기, 헛기침하기, 손가락 튕기기, 어깨 움찔 거리기, 배 튕기기, 점프하기 등등.. 그 종류도 정말 다양합니다. 한 가지에서 다른 종류의 증상으로 넘어갈 때 부모님이 느끼게 되는 좌절감은 실로 엄청날 것이지만, 이때도 마음을 다잡고 아이가 보다 스트레스를 잘 다루고, 유연한 문제해결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에 힘써야 합니다. 부모-자녀 관계를 돈독히 하여 아이가 자신의 스트레스와 갈등을 부모에게 솔직히 터놓고 말할 수 있고, 부모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면 틱증상은 결코 이 아이의 미래를 훼방놓지 못할 것입니다.

앞서 틱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신경생리학적 요인, 그리고 심리적인 요인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요인들 중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유전적 요소를 바꿀 수 없고, 아이의 뇌를 뜯어고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이해하고 돕고자 애쓰며 심리적인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것.. 바로 이것은 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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