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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이 나쁜 거라구요?
  | Name : 이보연  | Date : am.3.19-08:48
천재교육 - 꾸러기 논술 2010년 4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자질이 나쁜 거라구요?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짜증이 많고, 학교에서 지냈던 일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를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똘망똘망한 눈매에 어려운 어휘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조리있게 하는 폼이 결코 언어가 늦되거나 말을 못할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말을 참 잘하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입을 꼭 다물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안좋았던 일을 말해야 할 때면 입을 꼭 다물고 아예 말을 하지 않거나, 다소 신경질적인 어조로 “몰라요”, “기억이 안나요”만을 되풀이 하곤 하였습니다. 표정을 보면 오히려 이런 일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이 정말 많은 것 같은 데 꾹 참는 모양새였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가본데 쉽게 말문이 열리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아이와 저는 좀 더 친숙해졌고 그제서야 아이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마치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속삭이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속상한 일들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들어보니 그 나이때 흔히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들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이토록 비밀스럽게 하는 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아이는 다시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말하면 어른들에게 야단맞잖아요.”라고 말하였습니다. 몇 번이나 하지 말라고 말을 했는데도 자신의 공책에 계속 낙서를 해대는 짝꿍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것을 참고, 친한 친구에게 욕을 해 울게 만든 2학년 오빠에게 대들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선생님께 말을 했더니, 선생님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자질은 나쁜 거야”, 심지어 “고자질하는 사람이 더 나빠”라고 까지 했다며 아이는 금세 풀이 죽어버렸습니다. 그제서야 이토록 말을 조잘조잘 잘하는 아이가 입을 다물고 살 수 밖에 없었고, 도움이 필요할 때도 청할 수가 없으니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 또한 어린 시절 주위 어른들께 “고자질은 나쁜 것, 고자질은 하면 안되는 것”이란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어릴 때에는 그러한 의미를 다른 사람의 잘못을 들추고, 이르는 것이 비겁한 행동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고자질을 하는 대신 잘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타이르고 감싸주는 것이 착한 아이라고 가르치려는 어른의 뜻이 담긴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심오한 뜻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어른은 정말 포용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보니 정작 어른들의 세계는 ‘고자질이 판치는 세상’이었습니다. 학원 심야 단속을 잡아내는 ‘학파라치’는 고자질의 댓가로 나라에서 돈을 받고, 건축 쓰레기를 몰래 갖다 버리는 기업들, 원재료를 속여파는 식당들, 매연을 내뿜는 차를 신고하는 것은 ‘고자질’이 아니라 지구를 살리고 나라에 충성하는 애국적인 행동들이며, 많은 시민단체에서 열중해서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불법을 신고하는 일이며,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에 ‘고자질’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저 또한 이러한 불법행위를 용납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불법이 판치지 않도록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경고하고 못하게 하는 것이 맞는 일입니다. 다만 어른들이 자신들과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너무 다름을 지적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른들에게 지우개를 빌려쓰고 돌려주지 않거나, 친구끼리 티격태격 다투는 것들은 너무 사소하여 굳이 개입을 해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에 비해 불법 선거자금과 같은 것은 큰 일이고, 어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강한 힘을 가진 기관에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수준에서는 자신이 아끼는 지우개를 빌려쓰고 돌려주지 않는 일이나, 자신이 학교선배라고, 혹은 태권도 유단자라고 어리고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일은 ‘불법 선거자금’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 일입니다. 어른에게도 ‘고자질’(어른이 되면 고자질은 ‘신고’라는 단어로 변합니다)을 해야겠다고 느끼는 때는 자신 스스로 일을 해결할 수 없다고 느낄 때이며, 불법이 아닌 합법적인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입니다. ‘고자질’을 하는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같이 때리고, 욕하고 싸울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자신보다 더 유능하고 현명하며 강하다고 느끼는 어른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좋게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고자질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어른은 고자질을 하는 아이에게 ‘왜 너와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일에 끼어드냐’며 나무라기도 합니다. 어른이 보기엔 그러한 행동이 ‘오지랍’ 넓은 행동으로 여겨질지 모르나, ‘양심’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에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자신이 보기에 나쁜 행동이라 생각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어른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만일 아이들이 잘못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 ‘고자질’을 할 수 없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공격적이고 힘이 센 아이들은 약한 아이들을 두들겨 패고, 이용하고 겁을 줄 것이며, 소극적이고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은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도망다니거나 하루종일 울고만 있을 것입니다. 아직 세상의 규칙과 규범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스스로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성숙되지 못한 아이들에겐 어른들의 지도와 개입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쟤가 때렸어요!”라고 고자질을 하면서 어른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룰 것인지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어른들이 “때리는 것은 좋은 행동이 아냐.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때리는 것 대신 다른 방법으로 화를 풀어야 해. 그러한 방법에 대해 알려줘야겠구나.”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아이는 아이일 뿐입니다. 지식과 경험이 어른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아이들은 어른들에게는 사소하게 보이는 문제일 지라도 난생처음 경험한 큰 사건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고자질을 할 때 어른들의 기준으로 ‘별 것 아닌 것’, ‘그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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