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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짜증내는 아이, 혹시 당신때문은 아닌가요?
  | Name : 이보연  | Date : pm.2.22-11:31
웅진씽크빅 - 엄마는 생각쟁이 2008년 3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짜증내는 아이, 혹시 당신때문은 아닌가요?

                                        글: 이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윤경씨는 요즈음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외동이라고 그저 귀하게만 키운 탓인지, 아니면 조기 교육을 한답시고 이것 저것 가리켜 머리만 커져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사춘기가 와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부쩍 말대꾸가 늘어나고 부모의 말에 일일이 토를 단다. 자신이 잘못한 일을 지적할 때는 입을 삐죽 내밀고 말도 안되는 핑계를 늘어놓다가, 어쩌다 윤경씨가 실수라도 하면 그것을 꼬투리 잡아 늘어지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아이에게 ‘엄마가 잘못 알았노라고’ 미안하다는 말도 좋게 해보지만 아이는 마치 상대방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이 계속 엄마의 속을 쑤셔대고 결국 윤경씨가 소리를 빽 지르고 신경질을 내야만 끝이 난다. 그러고 나면 윤경씨는 왠지 아이에게 또 다른 약점을 잡힌 것만 같아 기분이 언짢고 어린 딸아이와 싸움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명준씨도 초 1 아들 때문에 가슴이 부글거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엄한 가정에서 성장한 명준씨는 그러한 가정분위기가 싫었고, 아들이 태어났을 때 자신은 ‘친구같은 아빠’가 되리라 굳게 다짐했다. 아들의 기를 살려주려고 칭찬도 많이 해주었고 주말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와 놀아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전에도 아이가 사용한 유행어를 잘못 알아들었더니 아이는 대번 “아이씨, 짜증나. 그것도 몰라? 바보같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 뿐 아니라 툭하면 “됐거든”, “그거 아니거든요?!”하고 말을 자르기 일쑤다. 그저 유행어를 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유행어도 상대를 가려가며 써야하는 데 어른에 대한 언어표현이 너무 무례한 것 같아 걱정이다.  

아직 뭘 모르는 유아기에는 제 맘대로 안되면 바닥을 뒹굴며 발을 구르고 떼를 쓰기도 하지만 점차 커가면서 사회적 규칙이나 예의범절을 배우면서 어른이 말할 때는 경청하고, 오해가 있거나 이견이 있을 때는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법도 배우게 된다. 만 2세에서 6세까지는 가정교육을 통해 일반적인 규칙과 규율을 배우게 되고 초등학교 시기 동안 이것을 가정 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다져나가게 된다. 부모들은 흔히 아이가 ‘머리가 커져서’, 혹은 ‘사춘기’라서 말대꾸를 하고 반항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춘기는 분명 까다롭고 힘든 시기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아이들의 ‘질풍노도의 거친 시기’를 거치는 것은 아니며 어려서 부모에게 적절한 지도와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큰 반항이나 문제없이 사춘기를 보낸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무례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단지 사춘기의 문제가 아니라 어려서 제대로 된 예절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예절 교육이 잘 이루어지려면 부모는 따뜻하고 자애로우면서도 단호한 면이 있어야 한다. 즉, 감성적이면서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아이가 어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잘 알지 못함을 알고 있기에 모든 것을 아이 뜻에 맡기지 않으며 필요할 때 지도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가 부모에게 말을 함부로 할 때에도 무조건 야단치기보다는 그 말이 어른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님을 친절히 알려주고 보다 적절한 말로 바꿔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사용하며 어른이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과 올바른 언어예절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자녀수가 적어지고 경제적으로도 풍요해졌으며, 아이들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아이의 뜻을 지나치게 받아주는 허용적인 양육이 많아졌다. 무례한 언어예절은 허용적 양육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허용적인 부모는 부부간의 대화를 나누다가도 아이가 끼어들면 말을 멈추고 들어주고, 심지어 아이에게 “그러셨어요, 저러셨어요”하며 극존칭까지 써가며 떠받들며, 심지어 아이가 어른에게 함부로 말해도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다보니 아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어른들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줄 착각하며 어른들에게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엄격하고 독재적인 양육도 좋지 않다. 어른이라며 부모는 제 마음대로 말하고 행동하면서 단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참고 억압하게 하면 아이의 억눌린 욕구는 커가면서 말대답이나 비아냥거리기, 토달기 등과 같은 언어적 공격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녀의 언어예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아이가 무례한 언어를 사용할 때 부모는 자신의 언어습관과 태도를 되돌아보며 이제라도 올바른 언어예절을 가르치도록 애써야 한다. 하지만 한번 습관이 들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처럼 아이도 한 두 번 지적을 받는다고 달라지진 않는다. 또한 아이는 이제껏 허용되었던 것들이 갑자기 제지당하면 반발심이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아이가 부모가 말하는 중에 자꾸 끼어들면 아이를 쳐다보며 “지금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아직 엄마, 아빠의 말이 끝나지 않았구나. 말이 끝나면 그 때 네 생각을 말해줘.”라는 식으로 알려주고 기다리게 해야 한다. 아이가 말대답을 하거나 불만이 섞인 토를 달 때도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벌컥 화를 내거나 따지기보다는 아이가 그런 말을 한 의도를 추리해 말해주거나, 아이가 한 말이 부모에게 미친 영향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자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엄마에게 화가 난 모양이구나.”, “엄마가 마음대로 결정해서 마음이 많이 상했구나., 혹은 “엄마를 화나게(혹은 약올리게) 하고 싶은 것 같구나”처럼 아이의 감정고 의도를 읽어주거나, “그 말을 들으니 엄마가 무시당한 것 같아 마음이 안좋구나.”처럼 부모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이를 알려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몫임을 잊지 말고 아이를 나무라기 전에 부모의 역할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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