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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상처
  | Name : 이보연  | Date : pm.3.11-05:33
주식회사 만도에서 발행하는 '만울림' 2007년 3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물림되는 상처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아름답고 우아한 희정씨는 웃을 때도 슬퍼 보입니다. 남 보기에는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가정을 꾸리고 살지만 희정씨에게 하루하루는 마치 끝없는 전쟁과도 같습니다. 사춘기에 있는 아들이 컴퓨터를 몇 시간째 하고 있어도 희정씨는 주변만 서성거릴 뿐 아이에게 “그만 해라.”라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시도를 아예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들이 성난 목소리로 “싫어”라고 하면 어찌할 바를 몰라 그만 자리를 피하고 맙니다. 그러다보니 아들은 밤새 컴퓨터를 하다 잠이 들고 아침에는 일어나지 못합니다. 벌써 학교에 지각한 게 며칠 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희정씨는 베란다에 서서 ‘여기서 떨어지면 아플까?’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무서워 날 찾아왔습니다. 4남매 중 막내인 희정씨에게 어린 시절은 생각하기도 싫은 슬픈 시간들입니다. 바로 위의 오빠는 걸핏하면 희정씨를 두들겨 팼습니다. 아무도 오빠가 동생을 때린다고 말리지 않았고, 오빠가 고등학교 때 큰 도시로 유학을 떠나고 나서야 이러한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사납고 말을 함부로 내뱉는 엄마는 가끔은 신체적 폭력으로, 또 가끔은 언어적 폭력으로 희정씨를 아프게 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엄마 눈치만 보고 주눅 들고 지내다가 철이 들고 나서는 엄마에게 사납게 대들기도 했지만 싸움은 번번히 엄마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잠깐 동안의 직장생활도 희정씨에게는 큰 고역이었습니다. 상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고, 화내는 상사 앞에서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참 싫었습니다.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집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에게서는 비난과 매질밖에 배운 게 없어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난감했습니다.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려하면 아이는 울음을 그치는 게 아니라 더 자지러지게 울었고 희정씨는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지마!” 했는 데도 아이가 계속 할 때는 가슴이 무너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어머니처럼 소리를 지르고 때리며 한바탕 히스테리를 부렸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기가 죽어 말을 들었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가슴이 조여왔습니다. 아이가 점점 크면서 이제 아이는 엄마가 야단을 치면 “으 씨~”하고 성을 냅니다. 그 모습은 자신을 때리던 오빠, 그리고 엄마와 닮아서 희정씨는 무섭습니다. 그래서 이젠 아이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끝내고 돌아가던 길에 내 딸아이와 마주친 희정씨는 넋을 잃고 아이를 바라봅니다. “엄마가 머리를 이렇게 예쁘게 묶어주었구나. 참 곱다. 넌 좋겠다.” 아마 그 순간 희정씨는 흐트러진 머리에 아무렇게나 옷을 걸친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기억해 냈을 겁니다. 40이 훌쩍 넘은 희정씨에겐 아직도 어린 시절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과 돌봄이 한이 되어 남아있는 것입니다. 희정씨는 “내가 어릴 때 우리 부모에게 지도를 잘 받았다면, 이렇게 살진 않았을 텐데”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리곤 한숨을 쉬며 “그런데 나도 우리 아이를 잘 지도하지 못하니...”하고 말을 이었지요.

세상을 살다보면 ‘운’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운 중에서 최고는 바로 좋은 부모를 둔 것인 듯합니다. 그런 점에서 희정씨는 지독히도 운이 없는 분이었지요.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고 태어나도 하루에 수십 번씩, 몇 년에 걸쳐 “이 바보 멍청이야!”란 소리를 듣게 되면 바보멍청이가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습니다. 희정씨가 아무리 대범한 성격을 갖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20여년을 구박받고 자랐다면 주눅이 들고 큰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래도 난 희정씨에게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기초가 부실하니 실수도 많지만 희정씨는 자신의 부모처럼 살기를 거부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할 줄 압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물어볼 줄도 압니다. 희정씨는 이제 컴퓨터에 매달려있는 아들에게 제법 단호하게 ‘하지 말라’는 말도 할 수 있고, 늦잠 자는 아들을 흔들어 깨워 학교에 시간 맞춰 보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내게 달려와서는 ‘떨려서 죽는 줄 알았다고’ 엄살을 떨기도 하지만 표정을 보면 부모다운 행동을 한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배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희정씨!입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어린 시절 살아온 경험은 자신도 모르게 내 아이에게로 대물림됩니다. 내 어린 시절 경험이 행복하고 즐거웠다면 내 아이에게도 자연히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이는 종종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인간은 주는 대로만 받는 수동적인 존재는 아닙니다. 내 아이에게는 내가 받았던 것이 아니라, 받고 싶었던 좋은 양육을 제공하는 것, 인간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 이보연놀이치료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18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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