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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대답
  | Name : 이보연  | Date : am.3.23-12:39
웅진씽크빅 - 엄마는 생각쟁이 2007년 3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말대답 

                                                 이 보연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엄마 그게 아니구요.”
“그랬구나, 그래서 동생이랑 싸웠구나”

아이가 말대답을 할 땐 야단치기 전에 속마음부터 헤아려주세요.
자기표현이 서툰 아이에게 이해는 야단보다 더 큰 가르침입니다.

필자가 상담센터에서 아이들을 상담해보면 많은 아이들이 ‘억울한’ 감정을 호소한다. “엄마는 무조건 나만 야단쳐요”, “내 말은 듣지도 않아요”라는 말에서부터 좀 더 머리가 큰 녀석들은 “엄마한테 말해봤자 소용이 없어요. 말하면 더 혼나요.”하며 우울해 한다. 어른인 내 경우를 생각해봐도 정말 속 터지게 답답할 때는 누군가에게 내 말을 제대로 전달 할 수 없을 때나, 혹은 상대방이 내 말은 듣지 않고 무조건 나만 비난할 때이다. 하물며 어른이 이럴진대 아직 언어표현력이 미숙한 아이들은 답답한 순간을 얼마나 많이 겪었을까?  할 말은 많은데 금방 금방 적절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아 더듬거리는 것을 변명을 한다고, 말대답을 한다며 되레 야단을 맞는 억울한 일은 얼마나 많이 겪었을까?  
이렇게 자기 입장을 변호하거나, 알아주는 경험을 못하게 되면 아이들은 커서도 매사를 삐딱하게, 냉소적으로 대하게 된다. 혹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거나 ‘말보다 주먹이다’는 식으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식보다는 마구 우겨대거나 힘으로 해결하려고도 한다. 이러한 방법 모두는 건전한 문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문제해결책은 내 입장을 적절히 표현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입장 또한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당연히 어린 시절 부모에게 이해받고 공감 받은 경험을 통해 개발되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사회가 자기표현을 중시한다고 해도 부모 입장에서는 잘못을 지적하면 ‘네’하고 순종하는 아이가 편하고 예쁘게 보이고 제 입장을 늘어놓는 아이는 버릇없어 보여 야단을 치게 된다. 하지만 ‘핑계 없는 무덤’ 없는 것처럼 아이도 잘못을 했을 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어른이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아이 편에서는 충분히 그럴만한 것일 수 있다. 다만 그것을 부적절한 행동으로 옮긴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잘못된 행동만 지적하고 행동을 하게 한 이유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때 아이는 부모의 말에 수긍을 하지 못하고 자꾸 말대답을 하며 억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잘못을 하여 야단을 쳐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야단을 칠 때 치더라도 아이가 왜 그런 행동까지 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와 의도를 살펴보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례)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벌써 사춘기가 왔나싶게 말대답이 심합니다. 조금만 나무라면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하며 눈을 부릅뜨고 대들기까지 합니다. 혹은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라며 성을 내고는 눈물까지 뚝뚝 흘립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지가 잘못해놓고 저렇게 화를 내니 기가 막히고 이제는 얘 모습만 봐도 짜증이 납니다. 집에서 하던 버릇이 이제 밖에까지 이어져 친구들이 조금만 뭐라 해도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불끈 쥐며 “너가 뭘 안다고 그래?”라며 마구 화를 냅니다. 어른들이 뭐라고 지적하면 버릇처럼 “아니, 그게 아니고..”가 붙고요. 제가 쉽게 몸이 피곤해지는 스타일이라 짜증을 좀 많이 냈고 잔소리가 많은 편이긴 한데 그것 때문인지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해결방법) 사람들은 본디 공격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방어행동을 하게 됩니다. 생존을 하려면 꼭 필요한 행동이지요. 말대답도 이러한 방어행동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을 비난하고 야단치는 것은 엄연한 공격행동이고 아이가 왜 자신이 그러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여 야단을 면해보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방어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행동을 할 기회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게 되면 아이의 방어행동은 더 격해지게 되거나 반대로 무기력해지게 됩니다. 아이가 지나치게 말대답을 하는 경우는 격한 방어행동에 해당이 됩니다. 방어행동을 약화시키고 아이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케 하려면 공격을 멈추고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아이에게 그런 속상한 사연이, 혹은 좋은 의도가 있었음을 이해해주어 아이의 체면도 살려주며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들어준다고 여기면 처음에는 흥분되어 날카롭게 시작되었던 아이의 말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며 부드럽고 차분하게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점차 이성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도 스스로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실천) 아이가 워낙 말대꾸와 변명을 많이 하다보니까 아이가 “아니-”라고 시작하면 “또, 또, 시작이군.”하며 아이의 말문을 막아버린 적이 많았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아이의 감정을 격하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동생과 놀다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거실로 나가보니 아이는 날 보자마자 역시 잔뜩 찡그린 얼굴로 “아니, 얘가~”로 말문을 열더군요. 속으로는 “또~”라는 말이 나오려했으나 꾹 참고 아이의 말이 끝날 때까지 들어주었습니다. “얘가 카드 달라고 해서 내가 아끼는 카드를 2장이나 줬는데, 또 달라고 하잖아. 그건 내가 제일 아끼는 건데.”라고 하더군요. “동생에게 벌써 카드를 2장이나 줬는데 이번엔 네가 가장 아끼는 카드를 달라고 해서 화가 났구나.”라며 아이의 말을 그대로 따라해 주었습니다. 결과는 효과 만점! 잠시 멍하니 절 보던 아이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카드를 동생에게 건네주며 “에이, 너 가져!”하더군요. 저렇게 착한 녀석이었는데 그동안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 이보연놀이치료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18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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