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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습관 부모가 만든다
  | Name : 이보연  | Date : pm.6.10-04:40
웅진씽크빅 - 엄마는 생각쟁이 2007년 4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습관 부모가 만든다

                                               이 보연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여보, 휴대폰 못봤어?”
“엄마, 책가방 어딨어?”
부모의 습관만큼 따라하기 쉬운 것도 없습니다.  
부모의 나쁜 습관이 끝나지 않으면 시끄러운 아침도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아이 앞에서는 숭늉도 못마신다”. 이 두 가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속담이라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마음에 담아둬야 할 속담들이다. 어릴 적 사소하게 시작한 행동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으며, 어른이 하는 일을 흉내 내기 좋아하는 아이들 앞에서 서투른 행동을 보였다가는 이것이 평생 버릇으로 이어지니 어른들 먼저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옛 어르신들의 육아 노하우가 가득 담긴 속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가진 아이들을 보면 부모가 흐트러진 생활태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제 때 숙제를 안 한다고 불평을 털어놓은 어머님은 집안 살림을 미룰 때까지 미뤄보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아이가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산만하다고 필자의 상담센터를 찾은 어머님 또한 아이를 나무랄 처지가 아니었다. 그 어머님께서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인 필자의 상담센터를 찾아오는 동안 5번 이상의 전화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 지하철 역인데요. 몇 번 출구로 나가야하죠?” 라고 물어 필자가 “2번출구로...”라고 답하면 그 말만 듣고 끊어버린다. 다시 2번 출구로 나가선 또 전화를 걸어 길을 묻는다. 조금만 진득하게 기다리며 안내를 받으면 전화 통화 한 번으로 해결할 것을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참을성이 없으니 수고를 더하게 되는 것이다. 그 어머님의 아들은 그 모습을 쏙 빼닮았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면 주변의 자극을 선별해서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유아동기의 아이는 세상 만물에 대한 호기심과 뭐든지 익히고 배우려는 의욕은 넘쳐나지만 상대적으로 상황파악이나 옳고 그름이 파악이 미숙하여 주위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아빠가 식사를 하고 큰소리로 트림을 하면 15살짜리 아들은 결코 이 모습을 따라하지 않지만 3살짜리 아들은 무척 신기해하며 적극적으로 따라한다. 이런 단순한 행동 뿐 아니라 사고나 가치관도 모방한다. 어린 아이가 뭘 알겠냐며 아빠가 엄마를 함부로 대하고 ‘물 떠와라’, ‘재떨이 갖고 와라’는 사소한 일까지 시켜대면 자녀 또한 엄마를 우습게 아는 여성비하적인 사고를 발달시키게 된다.
이처럼 아이가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게 만드는 것은 어린 시절의 양육환경이 얼마나 건강했냐에 좌우된다. 그리고 그러한 건강한 양육환경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다. ‘평생을 이렇게 살았는 데 어떻게 갑자기 변하냐고’ 변명을 늘어놓을 일은 아니다. 나쁜 습관은 우리의 삶을 불편하게 하고, 타인에게 피해나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나쁘다고 하는 것이므로 나이를 불문하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당장 고치는 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난 원래 이래!” 혹은 “너는 이러지 마”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건 좋지 않아서 고치려고 해”라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아이도 어느정도 이해는 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나쁜 버릇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부모도 나쁜 습관을 버리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라 아니할 수 없다.

사례)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맞벌이를 하고 있는 부부입니다. 가게에서 돌아오면 온 몸이 파김치가 되어 아이 숙제고 뭐고 챙겨주기도 귀찮아 미루다보니 늘 아침이면 정신이 없습니다. 아침이 돼서야 준비물을 알게 되고 어떤 것은 학교 앞 문구점에서 살 수도 없는 것이어서 학교에서 몇 번 꾸지람도 받은 모양입니다. 그런 아이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제 학교생활을 1년 정도 해보았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 법도 할 텐데 새 학년이 시작되어도 여전히 아침마다 “엄마, 내 슬생 책 어딨어? 오늘 사진 갖고 오라 했는데?”하며 한바탕 난리를 치다가 제 잔소리를 뒤로 하며 학교로 갑니다. 야단치는 제 모습도 싫고, 아침부터 잔소리를 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나 제대로 할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해결방법) 나쁜습관이라고 하면 손톱 물어뜯기나 다리 흔들기와 같은 행동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게으름이나 무계획성도 나쁜 습관에 해당이 됩니다. 특히 이러한 종류의 나쁜 습관은 우리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고치려는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맞벌이로 피곤하신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한창 생활 및 학습 습관을 형성해야 할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가정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귀가하신 후 잠들기 전까지의 일상생활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자녀의 생활지도와 관련된 계획을 잘 세우셔야 합니다. 예를 들면 자녀의 공부시간, 책가방 및 준비물 챙기기, 씻기, 잠자기 등은 일상생활계획표에 꼭 들어가야 할 사항입니다. 오히려 이런 계획을 잘 세우시면 하루가 체계적으로 돌아가 여가시간이 늘어남을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짜놓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입니다. 습관은 오랜 동안 굳어진 행동특성이기 때문에 그만큼 의지가 강해야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천)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녁 먹고 텔레비전 드라마 보는 시간에 아이의 숙제며 준비물 챙기는 것을 도와주기만 했어도 아침이 그리 분주하지 않았을 겁니다. 어찌보면 아이 탓을 할 게 아니었지요. 아이뿐 아니라 저도 미리 준비해야 할 일들을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뤄 아침에 허둥지둥 챙기느라 고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과감히 결심했습니다. 저녁 먹고 치우고 나서는 1시간은 내일 할 일 준비하는 시간으로 하기로요. 아이에게 “자, 이제 아침마다 난리치는 일은 그만 두기로 하자. 내일 준비물 있으면 지금 챙기자. 엄마도 내일 할 일을 체크해 봐야겠어!”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먼저 부지런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자, 아이도 알림장을 확인하고 준비물과 숙제를 챙기더군요. 끝내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뿌듯하던지. 다음 날 여유 가득한 아침을 맞이한 건 물론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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