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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이 아이 가슴 멍들게 한다
  | Name : 이보연  | Date : pm.6.10-04:41
신협중앙회에서 발행하는 신협회보 5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부싸움이 아이 가슴 멍들게 한다

                                                  이 보연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갑자기 밖을 통 나가려하지 않고 엄마근처에만 머물려 하고, 엄마가 쓰레기만 버리러가도 기겁을 하며 “같이 가!”하고 따라나서 힘들다며 부부가 찾아왔다. 며칠 전에는 한 엄마가 활발했던 아들이 갑자기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상처투성이가 될 정도로 손톱을 심하게 뜯으며 잠도 잘 못이루는 등 변한 게 너무 많다며 상담을 청했었다.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상담센터를 찾지만 이처럼 괜찮았던 아이가 갑자기 행동이 변했다면 환경적인 스트레스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두 아이의 경우는 모두 부부싸움 때문이었다. 큰소리가 오가고, 가끔은 집안 살림살이가 날아다니고 부서지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나치리만큼 조용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온 집안을 감싸기도 한다. 처음엔 아이들도 놀라서 울어도 보고, “싸우지 마!”라고 말려도 보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성난 어른들을 잠재울 수도 화해시킬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아이들은 극심한 무기력감을 경험한다. 겉으로는 무심한 채 엄마아빠가 싸워도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책을 읽기도 하고 심지어 노래를 흥얼거리며 놀기도 하지만 그것은 엄마아빠의 싸움에 휘말리거나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안간힘에 불과하다. 들은 척, 본 척, 신경 안 쓰는 척 해도 아이들의 신경세포들은 엄마아빠에게 향해져있으며, 속으로는 불안감과 분노감에 떨고 있는 것이다.

부부싸움이 잦으면 아이들은 무엇보다 ‘이혼’을 제일 많이 걱정한다. 세 네 쌍 중의 한 쌍이 이혼을 하는 세상이 되다보니 싸움이 벌어지면 “같이 못살겠다”, “이혼하자”라는 말도 쉽게 내뱉어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부모가 툭 던진 말에 아이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 아직 어리니 부모가 돌봐주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데, 부모가 헤어지겠다고 하고, 심지어는 “나는 애 못키운다”라는 말까지 아이 앞에서 서슴치 않고 하게 되면 아이는 자나깨나 부모가 언제 도망갈 지 감시하느라 친구와 놀 수도, 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생판 남남이 만나 같이 살게 되었으니 당연히 생각과 가치, 느낌이 다를 수도 있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신혼 초부터 아이가 자란 지금까지도 똑같은 문제로 다툰다면 부부문제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상대방이 그토록 나의 요구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요구가 지나치거나 나의 대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앞서 나의 문제는 없는 지 돌아봐야 한다. 살다보면 포기해야 할 것도 있고, 상대방을 바꾸기에 앞서 내가 먼저 변화해야 하는 일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타인을 더욱 배려할 수 있게 되고 사소한 갈등은 넘겨버릴 수 있게 되며 인격적으로도 성숙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내 아이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세상에 대한 불안전감을 느끼지 않으며 자신의 발달과 성장을 위해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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