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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자존심을 존중해 주세요
  | Name : 이보연  | Date : pm.12.11-03:44
웅진씽크빅 - 엄마는 생각쟁이 2006년 9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자존심을 존중해 주세요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이보연

 
“동생 보기 창피하지도 않니?”
 
칭찬은 동생 앞에서, 꾸지람은 아무도 없는 데서 해 주세요.
자존심을 존중받는 아이가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어제 장을 볼일이 있어 마트에 갔다. 엄마가 물건을 고르는 사이 형제로 보이는 사내아이 둘이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물건이 가득한 매장 앞에서 몸을 이리저리 돌리는 아이들이 다소 위태해 보였는데, 지나가던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도 그 모습이 걱정되었는지 “저러다가 물건 깨겠네.”라고 한마디 던지셨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아이들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몸을 돌리며 형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엄마가 동생 잘 보라고 했잖아!”라며 일갈한다. 고작해야 동생보다 한두 살 많아 보이는 형은 머쓱해진 표정으로 동생을 가리키며 “얘가 먼저 장난쳤어.”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엄마에게 돌아온 말이란 “네가 형이잖아. 형이면 형답게 굴어야지. 동생도 잘 보살피고. 동생이 잘못하면 하지 말라고 해야지.”였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먼저 장난을 쳤다던 동생은 헤헤 거리며 신난 얼굴이고, 잠시 그 장난을 받아줬던 형은 중죄인이 되어버렸다. 엄마의 장바구니가 가득 채워졌던 걸 보면 아마도 그 동안 큰 아이는 자기 나름대로 동생을 돌봐 주었을 텐데 말이다. 문득 궁금증이 밀려왔다. 그 엄마는 형이 형답게 동생을 보살폈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 “네가 있어서 엄마가 장을 보기가 훨씬 수월하구나. 고마워!”, “넌 정말 의젓하구나. 동생을 정말 잘 돌봐주는 구나.”, “넌 참 마음씨가 따뜻해!”와 같은 말은 해주었을까? 만일 그 아이가 엄마에게 이러한 말을 들었다면 그 아이는 자신을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느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느낌이 긍정적인 자아 존중감의 기초가 된다. 반면 비난과 꾸지람을 들은 아이는 곧바로 낙담하게 되고 자신은 중요하지 않고 영리하지도 않으며 이미 엄마에게 찍힌 존재라고 생각하여 더욱 거칠게 혹은 의기소침하게 행동하게 된다.

물론 아이를 키우다보면 잘못을 지적하고 야단쳐야 할 일도 일어난다. 아직 아이는 지식이나 경험상에서 어른에게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지람을 해야 할 때에도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그냥 덮어주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나쁜 인격’식의 논리를 피하라는 것이며, 상황을 고려한 꾸지람을 하라는 것이다. 동생 앞에서 ‘아우보다도 못한 형’이라고 말하거나 친구들이 있는 앞에서 아이를 비난하거나 창피를 주는 것은 잘못된 꾸지람이다. 특히, 7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이러한 식의 면박은 아이에게 커다란 수치심과 적대감을 낳고 곧바로 부정적인 자아상과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위급한 상황이라면, 그리고 즉각적인 해결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를  따로 불러내어 지적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아이의 체면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들은 그러한 부모들의 배려에 깊이 감사한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존중해준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사례) 초등학교 1학년, 그리고 7살 난 연년생 아들 형제를 둔 엄마입니다. 큰 아이는 겁이 많고 소심하여 잘 웁니다. 그에 비해 둘째는 남자답구요. 지난 번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갔습니다. 큰 아이는 주사를 맞기도 전에 찔찔 짜더라구요. 겨우 달래서 주사를 맞혔습니다. 둘째는 너무나도 의젓했구요. 형답지 못하고, 남자답지 못한 큰 아이의 모습에 어찌나 마음이 상하던지 “동생 좀 봐라. 너보다도 어린데 이렇게 잘 맞는데,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둘째야, 아팠어?”라고 묻자 둘째는 자랑스럽게 “하나도 안아팠어.”라고 말하더군요. 축 쳐진 큰 아이의 모습이 안쓰럽긴 했지만 얄미워서 그냥 두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둘째가 마치 형을 동생 다루듯 하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못하지? 내가 해줄께!”라고 하면 큰 아이는 둘째에게 그냥 맡기더군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마음이 갑갑하네요.

해결방법) 큰 아이가 마음이 많이 상했군요.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것을 넘어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수치심까지 얻은 것 같습니다. 자신은 동생보다 못하고, 그러한 자신을 엄마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매일 같이 생활하는 상대에게, 더욱이 자신보다 어린 상대에게 비추어도 못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치명적입니다. 반대로 동생이 매일 ‘잘난 형’에게 비교당하는 것도 심한 열등감의 근원이 됩니다. 형제를 두신 부모님은 동일한 잣대로 행동을 평가하는 비교를 삼가고 아이 각각의 개성과 장점을 강조하는 훈육을 하셔야 합니다. 어쨌든 큰 아이의 경우에는 위신과 자존감을 세워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때도 동생을 밟고 우월감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는 큰 아이의 장점과 노력에 초점을 주어 말해주셔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동생은 형이 가진 능력과 장점을 느낄 수 있게 되고, 반대로 형은 동생의 좋은 점과 개성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실천) 지난 번 동생 앞에서 체면이 구겨진 이후 큰 아이가 동생과 잘 놀려고 하지 않습니다. 전에는 동생과 블록놀이를 자주 했지만 손놀림이 재빠른 동생에게 밀린다는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혼자서 그림을 자주 그립니다. 섬세한 성격 탓에 그림도 참 섬세하게 잘도 그립니다. 이 날도 혼자 그림을 열심히 그리기에 다가가 “뭘 그리니?”하고 묻자 아이는 “그냥, 아무거나”하며 말꼬리를 흐립니다. 기가 많이 죽은 것 같아 안타깝더군요. “어디 한번 보자”라며 그림을 집어드니 놀이터를 그렸더군요. “와. 이건 놀이터구나. 여기 그네도 있네.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는 기분이 좋은가봐. 입이 쫙 벌어졌는 걸! 와! 여기에는 개미집도 있다. 넌 정말 관찰력이 좋구나. 네 그림을 보면 이 놀이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여기 있는 아이들 기분은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제 말에 아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이것저것 설명도 하고 그림도 몇 가지 첨가해 넣었습니다. 다른 쪽에서 블록 놀이를 하던 동생도 다가와 형의 그림을 같이 감상했지요. 저녁 식사 때  큰 아이가 뭐 도울 일이 없냐고 묻더군요. “어머. 고마워. 우리 **는 마음씨도 따뜻하지.”라며 엉덩이를 두드려주었습니다. 큰 아이가 동생에게 “야, 우리 식탁 차리는 거 돕자.”라며 동생을 챙기더군요. 오랜만에 아이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제 기분까지 맑아졌답니다.

* 이보연놀이치료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18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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