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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사회성을 돕기 위한 부모의 역할
  | Name : 이보연  | Date : pm.7.6-11:21
(주)대교 교육정보지 <에듀피아> 3-4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녀의 사회성을 돕기 위한 부모의 역할

이 보연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이제 새 학년 새 학기가 되었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 지, 공부는 어려워하지 않고 잘 따라갈 지, 이 것 저 것 기대도 많고 걱정도 많아지는 때이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면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자녀의 사회성문제이다. ‘왕따 보험’이 생길 정도로 이리저리 들려오는 왕따 이야기도 이러한 걱정을 더욱 부채질한다. ‘사회성’이라고 하면 흔히 또래관계에서 위축되어 행동하거나 자기주장을 못하는 아이를 연상하기 쉬우나 지나치게 자기주장을 펼치거나 대장 노릇만을 하려는 아이도 사회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성이란 집단에 소속되어 조화롭게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센터에도 자녀의 사회성 문제 때문에 고민이 되어 찾아오시는 부모님들이 많다. 기억에 생생한 아이 중에 ‘성진’이라는 2학년 남자아이가 있다. 성진이는 매우 높은 지능에 키도 크고 잘생긴 아이였지만 반에서는 기피대상 1호였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선생님이 시키기도 전에 큰 소리로 답을 하거나 자신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대놓고 불평을 하고,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집적 대고 흥분하면 몸놀림이 과격해져 옆에 있다가는 맞거나 다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성진이는 가까이 가면 피곤한 아이가 되었고, 또래와 친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던 성진이는 자신을 피하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자신감이 급격히 감소하여 우울감까지 나타내게 되었다. 대현이도 성진이처럼 똑똑한 아이였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똑똑함을 과시하여 은근히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고  게임을 하면 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졌다고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자신이 이길 때까지 게임을 하자고 달려드는 바람에 친구들도 슬슬 대현이와 함께 놀고 싶어하지 않았고 다투는 일도 늘어만 갔다. 현재 대현이는 쉬는 시간에 혼자 책을 읽고 있거나 거의 친구들과 놀지 않는다. 석현이는 ‘힘’에 지나치게 몰두한 아이로 보여지는데,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툭하면 시비를 걸어 싸움을 해 자신이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고, 선생님의 지시나 학교 규칙도 고의로 어기면서 이것을 아이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석현이가 요구하면 마지못해 들어주지만 석현이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성진, 대현, 석현이와 같은 아이들은 행동이 과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또래들로부터 공격적인 아이라는 느낌을 주게 되고 이것 때문에 또래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아이들의 대부분은 선천적인 주의력, 과잉행동, 충동성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어려서 적절한 훈육이 부족한 경우들도 많다.

행동이 과격하거나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또래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지민이는 쉬는 시간에도 책만 읽고 있고 또래가 말을 걸어와도 거의 대답하지 않는다. 모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또래에게 무시당하거나 무관심의 대상이 된다. 영희 또한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조그만 일에도 쉽게 울고 또래들이 흔히 하는 사소한 농담이나 거친 말투에도 상처를 받았다. 영희는 ‘친구들이 무섭다’, ‘날 놀린다’라는 말을 자주 하며 스스로 또래들과 거리감을 두는 흔히 말하는 ‘스따(스스로를 따돌림하는)’ 유형의 아이였다. 지민이나 영희같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소심하고 예민한 성향을 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과잉보호를 받았거나 또래경험이 충분치 못한 경우도 매우 많다. 이런 유형의 아이들은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돌봄이나 보호를 받으려는 면이 많기 때문에 또래관계와 같이 대등한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성진이와 같은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들, 영희와 같은 소심한 아이들은 표현되는 양상은 다르지만 모두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 두 유형의 아이들은 사회성에 관한 공통적인 특성들을 몇 가지 지닌다. 첫째는 이들 아동들은 ‘사회인지’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이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사회인지’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 아동들은 나이가 들었어도 유아기 때 흔히 보이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지니고 있어 사회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거나 전후 관계를 고려하여 생각하는 것이 안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다보니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 게임을 하다 자신이 이기면 친구 앞에서 잘난 척하며 신나하다가 자신이 지게 되었을 때 이긴 친구가 이겼다고 좋아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화를 내는 것이다. 즉, 자기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다보니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상대방은 어떤 생각, 어떤 기분이었을까는 고려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자신을 생각하지 않으면 서운해 하는 것이다. 소심한 아이들의 경우에도 상대방의 반응이나 행동을 너무 주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스스로 상처받거나 위축되기도 한다. 두 번째 공통적인 특성은 ‘피해사고’가 발달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자신이 바라는 것만큼 또래관계가 잘 안되다보니 아이들은 ‘사람들은 날 싫어한다’, ‘사람들은 날 무시하고 골탕먹이려 한다’라는 사고가 발달하게 되고, 이것이 사람들의 행동을 왜곡하여 바라보게 함으로써 문제를 심화시키게 된다. 필자가 만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친구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했는데,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게 되었단다.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술래가 된 그 아이는 ‘이 놀이는 술래잡기가 아니라 왕따놀이’라며 화를 버럭내고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 다른 아이들이 얼마나 당황했는지는 안봐도 뻔하다. 이런 오해를 받은 상대방도 기분이 좋을 리는 없으니 그 아이를 비난하게 되고, 이것은 ‘거 봐, 날 싫어하잖아’라는 확신으로 이어져 피해사고로 굳어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신감 저하나 우울감, 분노감정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보이는 이러한 특성을 감안할 때 부모는 아이의 사회인지 능력과 친사회적 기술을 증진시켜 주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만 한다. 사회인지 능력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에서부터 시작되므로 평소에 아이에게 ‘공감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지금 저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만일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떨까?”와 같은 대화가 그것이다. 이러한 식의 대화는 부모님들도 평소에 자주 사용하신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가 일을 저질렀을 때 아이를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쟤가 너한테 그러면 넌 좋겠어?”하며 비난 투로 이야기할 때 아이는 자신도 야단맞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이해할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와 즐겁게 길을 가다가 어떤 흥미있는 상황을 보았다면 “저 사람은 지금 마음이 어떨까?”,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니?”라고 물어봐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가 부적절한 답을 한다면 “넌 그렇게 생각했구나. 엄마라면 말이야. 엄마가 보기엔 저 사람은 ___ 한 것 같애. 사람들은 ___할 땐 보통 저런 표정(행동)을 짓거든. 그래서 엄마가 저 사람이라면 ____할 것 같애.”라는 식으로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생각이나 문제 해결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에 아이의 마음이나 부모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말해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인간의 마음이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공감능력을 증진시킨다.

사회성이 부족한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종종 ‘친구들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많이 부딪쳐 봐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풍부한 또래경험은 좋은 사회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모든 또래관계가 바람직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린 나이인데도 지나치게 또래관계에서 위축되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첫 번째 또래경험이 부정적이었던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웃집 또래와 자주 어울렸는데 그 아이한테 장난감을 많이 빼앗겼거나 맞았을 때, 항상 양보해야만 했을 때  또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굳어져 커서도 쉽게 변화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또래선택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아이를 같이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아이와 붙이게 되면 맨날 싸우며 공격적인 성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반대로 소심한 아이를 큰 집단에 끼워 넣으면 혼자 주눅든 채 있게 된다. 자발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면 처음에는 한 두명 정도의 또래와 어울리게 하고 이때에 부모님이 개입하는 것도 좋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활동이나 게임들을 준비해서 부모님과 함께 놀이를 하게 되면 또래사이의 마찰도 줄일 수 있고, 자녀는 또래와 오랜만에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항상 ‘성공하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또래와의 관계에서 싸우거나 야단맞지 않고, 소외되지 않고 즐거움을 나눈 성공경험은 자녀에게 또래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제공하게 된다. 아이가 또래관계를 즐거워하고 기다릴 때 서서히 부모의 비중을 줄여나가며 아이의 시도를 격려해주면 된다.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그 진전 속도가 느릴 때에는 전문 상담기관을 찾아가 사회성 집단 훈련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경우 외에도 발달지연이 있거나, 말더듬, 조음 장애와 같은 언어표현의 어려움이 있을 때, 불결한 위생상태, 코후비기 등과 같은 좋지 않은 버릇 등도 또래관계의 문제를 야기하는 요인들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전문적인 도움과 부모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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