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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인 아이를 적극적인 아이로
  | Name : 이보연  | Date : am.7.7-01:54
교보-다솜이 2005년 10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로서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글: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이보연


   유치원에서도 발표라는 것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영수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영수 어머님은 날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입학한지 며칠이 채 안되어서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다. 영수가 단체로 하는 율동이나 노래 부르기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으며, 그림을 그릴 때도 도화지만 쳐다보고 있거나 크레파스만 만지작거리기 일쑤며 무엇을 물어봐도 우물쭈물하기만 할 뿐 통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치원때도 그림을 그리거나 활동에 참여할 때 선뜻 하지 못하고 느리다는 지적은 받았지만 그 때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참여하기는 했었는데 학교에 가서 더 심해진 것 같아 영수 어머님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명희는 별명이 ‘겁쟁이’다. 부모가 봐서는 명희의 능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조금만 낯설면 ‘못한다’고 나자빠지기 일쑤다. 집에서 게임을 할 때도 자신이 잘하고 많이 해본 것만 한다. 부모가 살살 꼬셔서 새로운 것을 시켜보면 좀 하다가도 어려워지면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이거 어려워.’하고는 포기한다. 음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동남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는데, 처음 보는 열대과일에는 손도 안대고 그나마 한국에서 먹어본 파인애플만 먹다 왔다. 또래관계에서도 이러한 성향이 나타나 예전부터 알던 친구에게만 집착하며 새로운 또래를 사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유를 물으면 ‘나 싫어하면 어떡해?’라고 지레 겁먹고 다가서지도 못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얌전히 있으니 선생님께 야단을 맞는 일은 없지만 선생님께서도 명희가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소극적인 것 때문에 앞으로 또래관계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고 걱정을 하신다.

  5살 수민은 집에서는 말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지만 밖에만 나가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며 불안한 표정으로 엄마 옆에만 찰싹 달라붙어 주변만 살핀다. 수민이 엄마는 수민이가 너무 엄마만 밝히는 것 같아 문화센터 놀이프로그램에도 등록해봤지만 처음에 한 두 번은 들어가더니 그 후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계속 울어대고 엄마만 찾아 지금은 수민이와 집에만 있다.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면 고개만 푹 숙이고 있거나 못들은 척 한다. 동네 친구집에 가도 친구가 조금만 뭐라고 하면 울면서 엄마를 찾고 자기 주장도 전혀 못하는 것 같아 수민이 엄마는 벌써부터 앞날이 걱정이 된다.

  5학년인 재현이는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규칙도 잘 지켜 모범생이라는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재현이 엄마는 아들을 볼 때마다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재현이는 초등학교 1학년때를 제외하고는 친구들로부터 생일초대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재현이 생일날 엄마가 친구들을 초대하자고 하면 재현이는 “괜찮아. 엄마 힘들잖아. 식구들끼리 하자.”라고 한다. 5학년이면 또래와 왁자지껄 어울려야 하는 데, 재현이는 친구에게 전화도 거의 오지 않고 놀러오는 아이도 없으며 항상 조용히 혼자 있다. 어쩌다 엄마가 친구들을 만들어주면 슬그머니 빠져서 혼자 책을 읽거나 주변에서 서성거리기만 한다. 손님이 오면 인사만 하고 제 방에 들어가 손님들이 돌아갈 때까지 꼼짝 않고, 어디 나가는 것도 싫어한다. 아빠 회사에서 하는 체육대회에 가족 모두 갈 일이 있었는데, 아빠와 함께 하는 달리기 경주나 줄다리기 등에 전혀 참여하지 않으려 하고 강제로 하라고 하자 벌컥 화를 내는 모습까지 보였다. 주변 사람들은 아이가 수줍음이 많아서라지만 재현이 엄마는 슬슬 아이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영수, 명희, 수민, 그리고 재현이와 같은 흔히 ‘수줍고 소극적인 아이’로 불리우는 아이들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위사람들은 ‘크면 나아져요’라고 안심시키지만 이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오히려 점점 자녀의 나이가 들어갈수록 걱정이 커진다. 태권도 학원을 보내고, 웅변학원, 스피치 화술 훈련센터도 보내보고 극기 훈련, 해병대훈련까지 다 해보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오죽 답답하면 비싼 돈 들여가며 이것 저것 했을까마는 오히려 아이가 기초 준비가 되기 전에 밀어붙인 것이 아이가 자신에 대해 더욱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 소극적인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도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아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북돋우고 실제로 자신감을 느낄만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신감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때 형성된다. 맨날 야단맞고 잘못을 지적당한 아이는 자신감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다. “너는 왜 그 모양이니?”, “남자가 되가지고 모기만한 소리로 말을 하니?”, “넌 왜 맨날 맞고만 다니니?”, “오늘도 발표 못했지?” 등등으로 아이가 못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아이에게 “역시 난 안되는구나.”라고 자기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게 하고 싶으면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가 갖고 있는 장점, 혹은 긍정적인 면에 대해 자주 언급해 주며, 아이가 실수했을 때 격려해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또한 아이가 현재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라고 무리하게 요구하기 보다는 차근 차근 하나씩 하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좋다. 가령 친구에게 자기 주장을 전혀 못하는 아이에게 “너도 때려라!”라는 말은 아이가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때는 “하지마.”라고 말해보라고 하거나, 한 번 똑바로 쳐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하지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므로 아이가 용기를 내어 한 행동에 칭찬을 해주고 점차 익숙해질 것이고, 더 잘할 수 있게 될 거라고 격려해주면 된다. 이러한 작은 성공이 더 큰 도전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소극적인 아이는 어려서는 낯선 상황과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하고, 좀 더 커서는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쉽게 긴장하거나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제적인 능력이 괜찮은데도 지나치게 긴장하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실수나 실패가 잦고 이것이 더더욱 대인관계에서 소극적이 되게 만든다.  이런 경우에도 자신감이 기본이 되겠으나, 자신감 증진과 더불어 보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고와 태도를 갖게 하고 불안할 때 스스로를 이완하는 법을 알려주며,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경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부모가 유머를 많이 사용하며, 낙천적인 생활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요즘 코미디 프로에서 “그까이꺼~ 대충”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가끔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지나친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놀이 또한 경계나 긴장감을 늦추는 데 좋다. 놀이에는 실수나 실패가 없고, 즐거움을 동반하기 때문에 소극적인 아이도 놀이할 때는 보다 적극적이 된다. 처음에는 아이가 익숙한 사람과 자주 놀게 하고 조금씩 놀이상대를 확대시켜주면서 대인관계에서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잘 놀 줄 아는 아이는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소극적인 아이를 보면 그 뒤에 대부분은 소극적인 부모가 있다. 부모 둘 다, 혹은 둘 중의 하나는 “어렸을 때 나도 저랬는데”라는 말을 하신다. 소극적인 부모는 걱정이 많고 부모 자신의 대인관계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녀도 점차 소극적인 성향을 발달시키게 되는 것이다. 부모 먼저 주위사람들과 친해지고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타인을 신뢰하는 모습이 아이에게 세상을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보다 열심히 참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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