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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 Name : 이보연  | Date : pm.4.2-09:56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난 가족을 위해 하루종일 회사에서 더러운꼴 다보면서도 고개 숙이며 참고 일한다" "누구 때문에 우리가 안굶고 산다고 생각하냐? 내가 없으면 너희들은 이미 다 거지꼴이 되었을 거다" "집에서 도대체 뭐하는 거야? 당신이 그러니까 얘들이 저 모양이지..."

옛날 우리 아버지들의 입버릇이었다고 웃어 넘기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신세대 아빠들이 아직까지 이런 판에 박힌 대사를 하는 가정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아빠들의 이런 말 때문에 가족은 웃음을 잃고 맙니다. 가족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생각하지 않고, 가족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랑하지 않으며 애정이 있는 듯 하지만 어디에도 애정은 없습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보답 따위는 바라지 않습니다. "내가 이정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너도 나를 사랑해 주기 바란다.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까 너도 노력하기 바란다" 이는 사랑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단지 사랑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그 후 어떤 반응을 보이던지 상관없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 자체만으로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며 사랑받는 것보다도 사랑하는 것이 훨씬 기분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늙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식들에게 자신들을 부양하라며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본래 자녀양육이라는 행위도 자식을 사랑하는 것, 그 자체에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잘 보살펴 줄테니까 내가 늙으면 너도 잘 부양하거라" "이렇게 보살폈으니까 항상 고맙게 생각해라" 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동기가 불순한 것입니다. '고마움'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가 스스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시점에서는 이미 '고마움' 그 자체는 거짓이 되어 버립니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 이젠 다 컸으니 네가 원하는 곳으로 잘 떠나거라" 라고 하는 것이 부모의 사랑인 것입니다. 그럼 다시 아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아빠는 회사에서 자기 스스로의 마음을 절제하며 일을 합니다. 회사 조직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욕구를 어느정도 억제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기대하는 역할을 각자가 모두 달성해감으로서 조직은 기능합니다. 그 때, 조직이 요구하는 것과 아빠의 욕구나 가치관이 일치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그것과 조직의 그것이 상반하는 경우, 조직이든 아빠든 어느쪽인가가 참지 않으면 어느쪽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거기서 조직을 기능시키기 위해서는 아빠가 참도록 강요당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무엇을 참는고하니 인간으로서의 본래의 욕구, 감정을 억누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진짜 마음입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데..., 저렇게 하고 싶은데... 라는 기분을 참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이가 자기 하고싶은 것을 말하며 조르기도 하고 소파에 옆으로 엎드려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습니다. 이는 본래 휴식을 취하기 위한 바람직한 상태이며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인내'라는 것을 몇 년 혹은 몇십년 강요당해온 아빠로서, 또한 하고 싶지도 않는 것을 참아가며 해온 아빠로서는 도저히 이러한 행동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대부분의 아빠들은 참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해서 학교에서 지적받은 사실을 알았다든지, 약한 모습을 보이고 무언가를 하지 못하겠다고 했을 때, 아빠도 이젠 인내의 한계점에 도달합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모든 것을 참아내며 죽기살기로 이를 악물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그 따위 일도 참지 못한단 말이냐? 인내심이 부족해. 내가 너만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 대충대충이 뭐냐? 네 할 일 다 하고 있는거냐? 당신은(아내에게) 도대체 뭐하는 거야? 당신이 그 따위로 행동하니 얘가 이모양이야. 난 너희들 때문에 밖에서 더러운 꼴 다보며 일하고 있다. 얼마나 힘든줄 알기나 하냐? 집안일이나 얘들 일은 당신이 확실히 챙기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하란 말이야!!!" 이정도 되면 화를 낸다거나 설교한다거나 하는 레벨이 아닙니다. 말도 안되는 이유를 내세우며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입니다. 그럴 듯한 핑계로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고 가족에게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과는 뻔합니다. 언뜻 들어보면 타당한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분노를 아내나 자식에게 토로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자기실현을 이룬 아빠는 자신이 하고싶은 일과 해야할 일이 거의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자신에게 불필요한 인내를 강요할 핑요성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실현을 이루지 못한 아빠는 자신에 대한 불만을 훌륭한 설교로 변형시켜 버리는 정말 천재적인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음 속에서 그러한 것들을 몇십년동안이나 품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해서 자신에게 거짓말을 계속하는 사이에 감각이 마비해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들의 평가에 좌우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용기가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런 자신의 약한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인정해 버리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근본을 뿌리채 흔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커다란 공포로 생각해 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나 엄마가 아빠에게 원하는 것은 진정으로 아빠가 자신의 약한 모습과 맞서는 것입니다. "나도 때로는 내 자신을 모를 때가 있다. 그렇게 훌륭한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실패도 하고 틀리기도 많이 한다. 게으르고 나태한 인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너희들만 옆에 있다면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이렇게 말입니다. 아빠도 아이들과 함께 발전도상의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게으름을 피울 때도 있고, 실수할때도 있으며 형편없이 보일 때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훌륭한 인간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아이가 아빠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훌륭한 모습이나 세상에서 요구하는 상식이나 명쾌한 답이 아닙니다. 아빠의 진심, 그리고 아빠의 진정한 마음입니다. 아빠가 자신의 약한 모습을 인정하고 그 약한 모습과 맞서 싸울 때, 아이는 아빠를 존경하고, "와! 멋있다"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빠의 약한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약한 모습도 용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참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자기실현을 이룬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필요한 인내만 할 따름입니다. 사람의 평가를 얻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참는 인내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의식과 심층의 간격을 점점 더 크게 해서 가족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뿐입니다.

   가족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스스로를 신세대 아빠로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가족에게 숨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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