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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 Name : 이보연  | Date : am.5.17-10:18
   얼마 전 서울에 있는 모 복지관에서 부모교육 특강을 끝내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때의 일이다. 원래 운동신경도 별로 안 좋고, 운전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내 차였던 구닥다리 르망은 2년 전에 폐차시켰고 남편 차는 9인승 승합차인데, 마치 내게는 ‘버스’같이 느껴져서 도저히 끌고 다닐 자신이 없어 외출 시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 날은 3호선 지하철을 타고 집이 있는 백석역까지 오는 길이었는데, 나른한 오후였고 서울을 벗어난 지하철에는 손님도 별로 없었다. 원당쯤에서인가 매우 피곤해 보이는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큰 여행가방을 들고 내가 있는 지하철 칸에 들어왔다. 큰 여행가방을 보니,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아저씨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는 서툰 솜씨로 가방 지퍼를 내리더니 뭔가를 꺼낸다. 우리가 흔히 ‘대일밴드’라고 부르는 밴드를 파는 아저씨였다. 요즈음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 중에는 여자분 들도 있고, 매우 씩씩하고 노련하게 장사를 잘하시는 분들도 참 많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영 초보인 것 같았다.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과 더불어 어색함이 흘렀다. 그래도 밴드 두 곽을 들고 “시중에서 파는 대일밴드는 10개들이에....”하면서 설명을 한다. 그런데 3호선을 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서울을 벗어나게 되면 역 간의 간격이 매우 긴데다가 소음도 만만치 않다. 하필 이 아저씨는 소음이 엄청나게 센 구간에서 설명을 한다. 목소리도 별로 크지 않고 자신감도 없어 보여서 신뢰감도 별로 들지 않는데, 그나마 잘 들리지도 않는다. 점점 말하는 아저씨의 얼굴에 슬픔이 내비친다. 지하철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아저씨 쪽으로 얼굴도 돌리지 않고 고개를 휘날리며 잠을 자거나 창 밖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거나 가끔은 일행과 수다를 떨고 있다. 아저씨는 계속 말을 하고, 그 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고, 사람들 반응은 냉담하다. 아저씨는 어쨌든 말을 끝내고 어색하게 서있다. 이제 그 아저씨 얼굴은 슬픔을 지나서 화가 나 보인다. 무심한 사람들때문에, 자기 자신 때문에, 절망감 때문에 화가 나 보인다. 그런 아저씨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참으로 엉뚱한 상상을 했다. ‘저 아저씨가 인질극을 벌일지도 몰라.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분노 때문에..’ ‘아니면 이 지하철에서 내려 가게에 들려 소주 몇 병 사들고 산기슭에서 꺼이꺼이 울다가 쓰러져 잠이 들지도 모르지. 몇시간 자고 난 후에는 집에 돌아가 아내와 아이들 볼 생각에 걱정이 앞서겠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난 그 아저씨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분도 상상할 수 있듯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아저씨의 물건을 사주는 것 뿐이었다. 어색하게 지하철 한가운데,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서있는 아저씨에게 “아저씨. 두 개 주세요”하고 2000원을 내밀며 소리쳤다. 그리고 잠시 후 저쪽에 앉아있던 양복 입은 아저씨도 4통을 사서 옆에 앉은 친구에게 선물이라며 두통을 나눠준다. 이제 아저씨는 밴드 6통을 팔았다. 아까보다 아저씨는 훨씬 생기가 돌아보인다. 큰 여행가방을 챙기고 돈을 양복주머니에 넣고 아저씨는 다른 칸으로 이동을 한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그 칸에서도 행운이 있기를 빌었다.

   밴드를 사갖고 집에 와서 남편에게 보이니, 남편은 “또 헛짓을 했구나”한다. 가끔 지하철에서 ‘바늘’이니 ‘고무장갑’같은 것을 사오는 날 빗대어서 하는 말이다. 남편의 주장은 ‘그런 곳에서 파는 것은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코 싼 게 아닌 것’이라는 것이다. 난 ‘차마 아저씨가 불쌍해 보여서’라는 말은 못하고 “밴드는 놀이치료실에 두려고 해. 아이들 병원놀이할 때 필요해서. 마트에서 파는 메이커는 너무 비싸잖아.”하며 둘러댔다.

   지금 그 밴드는 비교적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그 밴드를 볼 때마다 그 아저씨의 슬펐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아저씨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음 번에는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훨씬 씩씩한 모습으로, 조금은 뻔뻔한 표정으로 물건 파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용기와 도전이 좋아보여서 난 아마 앞으로도 남편의 구박을 받아가면서도 지하철에서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살 것 같다.

* 이보연놀이치료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1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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