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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아이
  | Name : 이보연  | Date : pm.12.13-11:48


 

이제까지 많은 아이들을 만나보았지만, 민호(가명임)만큼 내 가슴을 저리게 한 아이는 없는 듯하다. 지금도 문득 문득 민호 생각이 난다. 오늘은 민호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민호를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4년이 더 지난 어느날, 신촌의 어느 연구소이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더벅머리에 지저분한 옷차림. 어눌한 말투. 어디 수용시설에 있음직한 외모다. 초점없는 눈에 느려터진 행동거지, 한마디로 바보같이 보인다. 아니게 아니라 특수학급에 다닌단다. 지능검사를 했더니 거의 정신지체 수준으로 나왔다.  차림새로는 사설 상담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 데, 어떻게 왔을까 궁금해졌다.    민호를 데리고 온 것은 고모였다. 민호의 엄마는 민호가 어렸을 때 가출했고, 아빠는 알콜중독자에 백수건달이며 술만 먹으면 민호를 사정없이 때린단다. 할머니는 사채업자로 제법 돈도 있지만 하나밖에 없는 손자한테도 돈쓰기가 아까운 사람이란다. 근처에 살던 고모는 그런 할머니와 아빠 밑에서 자라는 민호가 너무나 안쓰러워 조심스럽게 할머니에게 상담이야기를 꺼냈지만, 할머니는 먹고 죽을 돈은 있어도 그런 ‘쓸데없는 짓거리’에 쓸 돈은 없다고 했단다. 그래서 고모도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지만 조카가 너무 안쓰러워 어려운 걸음을 했다고 했다.    민호와 처음 놀이치료실에 들어간 날, 여전히 초점없는 눈이었지만 가끔씩 반짝거림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징조라 생각했다. 탁한 목소리로 크레파스를 찾는다. 크레파스로 도화지에 이것저것 긁적이며 같이 장난을 치다가 나는 민호에게 가족 그림을, 사람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그려보라고 했다. 제일 처음 엄마를 그린다.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을까? 엄마는 순한 토끼다. 할머니는 곰, 아빠는 호랑이다. 아빠는 너무 무섭다고 했다. 그 후로도 민호와 나는 그림도 그리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이야기하고, 가끔은 깔깔대면서 게임도 했다. 여전히 살갗은 꺼칠했지만 어느새 눈동자의 초점을 살아나고 있었고, 말도 훨씬 분명하고 빨라졌다. ‘그래, 이 아이는 바보가 아니야.’  민호와 함께 하는 시간동안 이 아이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고 영리한 아이인지 알게 되었다.    민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꽤 잘 그렸다. 특히 색감이 좋았다. 그 아이가 그려준 아름다운 그림들을 아직도 나는 고이 간직하고 있다. 민호의 첫작품이라 할 수 있는 ‘곰돌이의 꿈’에서는 팬더를 닮은 곰이 훨훨 세상을 날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하지만 아직 곰돌이의 얼굴에는 불안과 혼란이 가득하다. 그 다음은 비둘기. 스케치만 한 그림이지만 하늘색 비둘기는 예전의 곰돌이에 비해서는 꽤 평화스럽다. 예쁜 꽃 그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다. 민호의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진다. 그렇게 힘들게 살았으면서도 아직까지 이렇게 고운 마음을 가졌다니....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우리가 만난지 한달이 약간 지났지만 민호의 경과는 놀랄만큼 빨랐다. 환경적 결핍으로 인한 누적된 학습 결손은 많았지만 타고난 능력은 보통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었다. 어느덧 나는 민호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민호의 고모가 민호의 치료비를 담당하고 있었고, 민호를 치료실로 데려오는 것도 고모였다. 고모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의 딸이 있었는 데, 그 딸이 귀가하는 시간이 민호가 치료실에 오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고모가 민호를 치료실로 데리고 오는 바로 그 시간에 고모의 딸이 귀가길에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자기 자식이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는 데, 조카를 챙기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 밖에 없었다. 민호가 또 한번 버려지는 구나.. 그런 생각에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당연히 치료는 중단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그렇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고모에게 애걸에 가까운 권유 끝에 드디어 우리는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민호를 만나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 데, 내가 한 이야기라고는 고작 민호의 손을 잡고서는 “너 잘못이 아냐. 네가 잘못한 것은 없어. 너 자신을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면 안돼. 바보, 멍청이라고 생각하면 안돼. 넌 정말 좋은 아이야. 너가 얼마나 착하고 다정하고 영리한 데... 그리고 절대 잊지마. 선생님은 네 편이야. 널 사랑해.”라고 외치듯 말한 것 뿐이다. 민호는 그날나보다 더 의젓하게 나에게 작별 카드와 함께 그림 선물을 해주고 떠났다.    잘 자랐다면 지금쯤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있을 민호. 사랑한다고 해 놓고서는, 네 편이라고 해놓고서는 코빼기도 안보이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나도 그 아이를 버린 엄마처럼 민호를 버린 사람으로 기억될까? 미안하다. 민호야. 학대받는 걸 알면서도 손쓰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안그럴게. 너처럼 부모 혹은 주변사람에게 학대받는 아이가 있으면 나서서 막아줄꺼야. 민호야. 지금도 난 꿈꾼단다. 하루만이라도 널 우리집으로 데리고 와서 욕조에 따뜻한 물 받아 널 깨끗이 씻기고 거친 피부 더 트지 말라고 로션도 정성껏 발라주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나서 우리식구들이랑 하하 호호 웃으면서 윷놀이 한 판 한다음, 그림이 예쁜 책 골라 뽀송뽀송한 잠자리에서 읽어주고 그리고 행복하게 잠든 네 모습을 보고 싶은 꿈을 꾼단다. 보통 아이들에게는 별 것도 아닌 일들이지만, 널 만나는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네 생각을 하면 꼭 해주고 싶은 일이란다. 왠지 그게 네게는 꼭 필요할 것 같아... 민호야, 보고 싶다. * 이보연놀이치료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1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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