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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잊혀져가는 사람인가요?
  | Name : 이보연  | Date : pm.1.6-09:53
   얼마전 치료를 종료한 아이가 작별카드를 보냈는 데, 카드 앞뒷면에 “날 잊지 말아요”, “내이름 잊어버리지 말아요”라고 쓴 것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에게 잊혀진다는 건 참 슬프고 한편으로 무서운 일일 것 같다. 텔레비젼 드라마를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얼마전 ‘완전한 사랑’의 한 장면을 스쳐 지나가며 본 적이 있는 데, 여주인공인 김 희애가 죽어가면서 “날 완전히는 잊지마. 가끔은 내생각도 해줘”라고 남편에게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걸 보면서 내 남편이 내가 죽은 후 다른 여자와 히히덕거리며 내 기일도 잊어버린다면 정말 분통 터지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것과 관련된 또 다른 기억은 예전에 케이블 TV에서 본 미국 청소년 드라마다. 드라마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 데, 별로 작품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time killer용으로 딱 좋은 다소 유치한 청소년 대상 공포 시리즈물이었다. 내가 본 내용은 고등학교에서 자꾸 괴이한 사건이 일어나는 데, 그 주범은 바로 투명인간이다. 투명인간은 본래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는데, 너무 평범하여 주변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무시당하는 존재였다. 사람들에게 그렇게 무시당하고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되다보니 그 여학생의 신체는 별로 중요한 것이 되지 않았고 그러다 점점 몸이 희미해지더니 결국은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 불행한 것은 그 여학생이 그렇게 투명인간으로 사라져버렸지만 아무도 그녀가 없어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투명인간이 된 그녀는 그 후로 자신을 무시하거나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학생들에게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참 섬뜩한 내용이었는 데, 자신의 존재가 그렇게 무시당한다면 한을 품을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궁금증이 도진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기억되는 사람일지, 어떤 것으로 기억되는 사람일지가 정말 궁금해진다. 단지 신체적인 특징으로만 기억될 지, 아니면 함께 한 좋은 경험으로 기억되는 사람일지...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대중적으로 크게 기억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지만, 꼭 크고 거창한 일을 해야만 기억되는 것은 아니리라. 어쩌면 내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소한 배려가 다른 사람에게는 크게 가슴에 와닿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과 관련되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은 심리학 박사과정 중이고 예쁜 가정을 꾸미고 사는 선생님이 있는 데, 예전에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한 직장 동료이기도 하다. 여기선 그냥 그녀라고 부르기로 하자. 나와는 나이차이가 좀 나서, 날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던 그녀는 참 야무지고 똑똑하고 게다가 예의바르기까지 해서 나도 참 좋아했다. 내가 미국에 가 있을 때 간혹 편지나 전화를 하기도 했었는데, IMF가 터지고 나서 그녀로부터 받은 편지에는 다소의 절망과 우울이 배어있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진데다가 진로에 대한 갈등이 몹시 많은 듯 했다. 먼 이국땅에서 내가 해줄 것은 없고 해서, 고작 내가 한 것이라고는 문구점에 가서 카드 한 장 사서 몇 줄의 위로의 말을 적는 것 뿐이었다. 그 후 한국에 와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의 모습은 내가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훨씬 밝고 좋았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선생님이 그때 내게 보내주신 카드가 정말 도움이 됐어요. 어떤 카드 보내셨는지 알아요?” 묻는다. 미안하게도 생각이 안나 우물쭈물하고 있는 데, 그녀가 말을 잇는다.

    “한 남자가 비바람이 부는 길을 힘들게 헤쳐가는 그림이었는 데, 카드를 열면 그 남자가 비바람을 헤치고 환한 햇빛을 받으며 밝게 웃는 모습의 카드였어요. 그 카드를 보면서 지금은 힘들지만 곧 좋은 날이 올거라는 희망을 가졌죠.”

   얼마전 그녀를 다시 만났는 데, 그녀는 또 그 카드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에게 나는 항상 그 카드와 함께 기억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워낙 야무진 그녀이기 때문에 그 카드 한 장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그 카드의 따뜻함과 함께 내가 그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큰 선물이 아니더라도, 노력봉사를 요구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말 한마디로, 눈빛 하나로도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새해에는 우리모두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작은 일을 저질러보자.

* 이보연놀이치료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3-1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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