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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지금 말문이 트이는 중
  | Name : 이보연  | Date : pm.7.6-11:31
베네세코리아 2006년 7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지금 말문이 트이는 중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놀라운 속도로 발달하는 아이의 언어

두 돌이 되면 아이는 제법 잘 걷는다. 아니 잘 걷는 수준을 넘어 틈만 나면 뛰어다니고 높은 곳에 기어 올라가는 바람에 한시도 한눈 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전에는 새로운 것을 보면 입에 넣고 주물럭거리는 것이 고작이더니 이제는 그 쓰임새를 궁금해 한다. 이렇게 두 돌짜리 아이는 신체발달과 인지발달에서 놀라운 변화를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언어발달이다. 두 돌에서 세 돌 사이는 인간의 생애 중에서 언어발달이 가장 급속히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전에는 졸릴 때도 “엄마”, 배고파도 “엄마”, 안아달라고 할 때도 “엄마” 하는 식으로 한 단어로 자신의 상황을 함축해서 말하는 수준이었다면 두 돌 경이 되면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제법 늘어나면서 2개 이상의 낱말을 붙여서 말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아빠 가”, “우유 줘”와 같이 두 개의 낱말을 조합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형태의 문장은 전보문처럼 조사 등을 생략한 형태이기 때문에 ‘전보문’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빠 회사”라고 말한 것은 “아빠는 회사에 갔어요”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곧 세 낱말을 붙여 사용하는 수준으로 발달하는 데, 이때부터 아이의 언어발달은 급진전을 이루게 된다.

두 돌 경에 약 500개의 단어를 알았다면 세 돌 무렵에는 약 900개 정도의 표현 어휘를 갖게 되고, 과거,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와 말을 할 때 “어제 엄마랑 뭐 먹었지?”, “조금 있으면 아빠가 오실거야”와 같이 시제를 적절히 포함한 문장을 들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이 시기에는 단순히 단어를 붙여 말하는 수준을 넘어 조사의 사용이 가능하며, ‘나’, ‘너’,‘우리’라는 대명사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주 듣는 단어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형용사와 부사도 섞어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엄마 나도 같이 갈래,”, “아빠 빨리 와.”하는 식이다.

가끔 주변에서 보면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아어를 사용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러나 ‘호랑이’를 “어흥”, ‘아프다’를 “아야 해”라는 식의 유아어를 계속 사용하게 되면 아이가 커서도 이런 말을 사용하게 되어 또래나 주변 사람들에게 아기 취급을 받기 쉽다. 너무 어린 아이에게 어른들이 쓰는 말을 사용하면 아이가 제대로 말을 이해하지 못해 이 또한 언어발달의 문제를 초래하므로 아이의 발달을 고려한 언어사용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임을 인식해야 한다.

아이들이 제법 말을 잘하기 시작하면 부모도 전에 비해 아이와 말도 통하는 것 같아 아이 키우는 재미도 솔솔 느끼게 된다. 하지만 가끔 아이가 뻔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엉뚱해 보이는 고집을 부리는 일도 생겨 가끔 의아해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옆 집 아이가 엄마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면 “아줌마 아니야. 엄마야”라고 울면서 말하기도 한다. 이는 이 시기의 아이들이 아직까지는 인지적으로 매우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언어의 상대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0개월 이후가 되면 다른 사람의 기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언어발달에는 어휘와 문법과 함께 적절한 발음을 내는 것도 포함이 된다. 만 3세경이 되면 아이는 대부분의 말소리를 명확하게 낼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즉 말소리의 약 80% 정도는 명료하게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ㅅ,ㅈ, ㄹ, ㅛ, ㅙ, ㅖ 등의 말소리는 제대로 내기 어렵다. 이러한 말소리는 적어도 만5~6세가 되어야 완전히 습득되는 것이다. 보통 만 3세 정도의 나이에 ‘철사’를 ‘철타’로, ‘모자’를 ‘모다’로 발음하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따라서 이제 겨우 세 살 된 아기가 ‘호랑이’를 ‘호당이’로 발음한다고 핀잔을 주며 따라하게 강요하고 억지로 수정하려고 드는 것은 옳지 못하다.


잘못된 양육은 아이의 언어발달을 망친다.

6살된 수정이는 어려서는 매우 순한 아이였지만 점점 커가면서 사나워지고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과 몸싸움을 하기 일쑤다. 수정이 엄마는 수정이를 낳고 한동안 산후우울증에 시달려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물론 언어적 자극도 거의 주지 못했다. 하루 종일 아이에게 한마디도 안하고 보낸 적도 있다. 다행히도(?) 순했던 수정이는 엄마에게 놀아달라고 칭얼대지도 않았고 먹을 것만 주면 하루 종일 엄마 손 가게 하는 일없이 잘 놀았다. 주로 혼자 손을 빨거나 텔레비전, 비디오를 보며 지냈다. 두 돌이 지났는데도 엄마, 아빠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요구사항이 있을 때에는 손을 끌어당기는 것으로 표현했다. 조금씩 걱정이 되었지만 말문이 늦게 트이는 아이도 있다는 주변의 위로를 들으며 기다렸다. 그러나 그토록 순했던 아이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격하게 울고 물건을 던지고 심지어 자기 팔을 무는 자해행동을 일삼았다. 세 돌이 지나면서 조금씩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지만 몇 단어를 제외하고는 발음이 불분명해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또래와 같이 있으면 말이 늘까 싶어 어린이집을 보냈지만 거기에서도 아이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빈번히 화내고 난폭하게 구는 일이 많다.

5살짜리 현우는 소위 말하는 ‘비디오 증후군’의 피해자이다. 현우 부모는 맞벌이 때문에 현우가 100일이 되자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보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현우에 대한 사랑이 많았지만 집안일과 밭일에 항상 바쁘셨고 아이와 놀아주는 데는 서투르셨다. 집에 있으면 항상 텔레비전이 틀어져있었고 현우가 이에 관심을 보이자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현우 부모가 사다준 비디오 테잎을 하루종일 틀어놓았다. 현우는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텔레비전과 함께 지냈다. 그러다보니 말이 매우 늦었고, 현우가 하는 말도 비디오에 나오는 대사가 대부분이다. 혼자서는 중얼거리며 말을 하지만 사람과 함께 말을 나누는 것은 거의 어렵다.

수정이와 현우는 모두 후천적인 환경 요인에 의해 언어발달의 장해를 보인 아이들이다. 정상적인 발성기관, 청각기관을 갖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생후 초기 사람과 부지런히 말을 주고받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말을 할 수 없다. 즉, 출생 직후부터 3,4년간 언어적 자극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말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정이와 현우는 그러한 언어적 자극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언어발달의 지연을 보여 첫말 자체가 늦게 나타나거나, 혹은 첫말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으나 그 후 진전 속도가 매우 느리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인다. 두 돌 이후가 되면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러한 언어가 지연되면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지장을 초래해 좌절감을 얻기 쉽고, 이것이 분노감정으로 이어지면서 종종 난폭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또한 타인과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점차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기 쉽다. 언어가 늦어서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인지능력의 저하이다. 언어가 늦으니 사물의 이름을 제대로 알 수 없고 명명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면 개념형성능력을 비롯한 사고 영역의 발달이 늦어지게 된다. 이처럼 언어발달은 단순히 ‘언어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 사회, 인지와 같은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이의 언어발달을 촉진하려면

만 2, 3세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은 바로 ‘부모’이다.  부모가 좋은 언어적 환경으로서의 역할을 할 때 아이의 언어발달도 촉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부모는 어떠한 언어적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가? 우선 아이에게 언어적 자극을 충분히 주고 아이가 말을 할 때마다 칭찬과 격려를 해주어 아이가 보다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부모들이 보고 듣고 행하고 생각하는 것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도록 소리 내어 이야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물을 마실 때에도 그냥 컵을 들어 마시는 것보다 “컵이 어디 있지? 아, 저기 있네. 씽크대 위에, 이제 컵에 물을 따르고. 됐다. 이제 물을 마셔야지.”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에게 ‘따라해라’라고 강요하지 않고도 부모가 먼저 모델을 보여줌으로써 아이가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모델 제시와 함께 부모는 ‘확대’와 ‘확장’도 많이 해주어야 하는 데, 이는 아이의 언어를 보다 성숙하고 정교화되게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컵식탁 놓아”라고 말하면 “컵을 식탁위에 놓아.”라고 말해주고, “차 간다”라고 말하면 “그래, 커다란 버스가 가는구나”라는 식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아이가 잘못된 언어를 사용할 때 교정을 해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때 “틀렸어”라고 핀잔을 주기 보다는 부드럽게 올바른 말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어린 아이가 손님이 왔을 때 나름대로 인사를 한다고 “안녕 오세요.”라고 했다면 “그래, 어서 오세요”라고 말해주면 된다.

어른들도 자신이 말할 때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적절할 때 추임새를 넣어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많이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똑같다. 특히, 말을 한창 배워나가는 만 2,3세 아이들은 새로 배운 말들을 열심히 써보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즐겁고 관심 있게 봐주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더욱 의기충전해지는 것이다. 반대로 말을 할 때 사사건건 잘못을 지적하고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하면서 강요하는 부모 밑에서는 조그만 아이들도 입을 다물고 싶어지고 자꾸만 말하는데 자신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의사소통 자체를 피하려고 하여 언어발달이 부진해 질 수 있다. 만2,3세, 이 시기는 완벽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이때는 우선 말을 많이 하고, 어른들과의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말을 따라하고 배우는 시기이다. 우리 아이를 말 잘하고 자기표현을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말을 할 때 기쁘게 들어주고 틀렸을 때 아이의 체면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지도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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