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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변화시키는 기술
  | Name : 이보연  | Date : pm.11.8-11:46
   주식회사 만도에서 발행하는 '만울림' 2006년 11월호에 실린 기고문입니다. 이 글은 원본글이기때문에 잡지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변화시키는 기술

                                                             이 보연(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아이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쟤는 도대체 왜 저럴까?”하면서 혀를 끌끌 찬 적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듣고 다리에 멍이 시퍼렇게 들 정도로 야단을 맞았으면서도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아이를 보면 왠지 마음 속으로 ‘우리 아이는 구제불능?’이라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친정 어머님께서 임신한 저에게 몇 번이나 하셨던 말이 있습니다. 며칠을 굶은 여자거지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구걸하러 다녔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한 여인이 우리 아이를 돌봐주면 밥을 주겠다고 하자 그 거지는 감사해하며 기꺼이 아이를 맡겠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거지여자는 빌어먹는 것이 아이 보는 것보다 더 쉽다며 자신의 망태를 돌려달라고 했답니다. 어머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통해 저에게 아이를 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려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귀여운 아기를 꿈꾸는 산모에게 무슨 초치는 소리냐고 나무라실 분도 있겠지만 사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나뭇짐을 드는 일보다 더 힘든 일입니다. 따라서 아이를 키울 때에는 마음의 준비 뿐 아니라 육아에 대한 지식도 갖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밥할 때마다 요리책은 들춰보면서, 신문에 난 오늘의 운세는 꼬박 꼬박 챙겨보면서 아이를 보다 잘 알고 잘 키우기 위한 공부에는 소홀한 부모님들이 꽤 많습니다. 아이가 무난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면 부모의 양육방법이 옳다는 신호겠지만 아이를 볼 때마다 미간이 찌푸려지고 아이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험악해진다면 바로 그 순간이 아이를 위한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이며 변화를 꾀해야 할 순간입니다. “쟤는 구제불능이야,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는 부모는 매우 무책임한 부모입니다. 물론 이러한 말을 들으면 그건 당신이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아이를 달래도 보고 때려도 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고 항변할 것입니다. 그러한 방식으로도 아이가 변화되지 않았다면 그건 그러한 식으로 아이가 변하기에는 아이의 문제행동의 역사가 오래 되었다는 뜻일 수 있으며, 그러하다면 부모가 더욱 더 인내심을 갖고 변화를 위한 행동을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이들은 만 3세, 늦어도 만 5세까지는 자기 자신, 부모님, 그리고 세상에 대한 상을 형성합니다. 즉, “나는 이러 이러한 사람이다”, “우리 엄마는 이러 이러 하다” 그리고 “세상은  이러 이러 하다”라는 생각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점차 성장하면서 점점 더 확장되고 공고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한 아이는 커가면서 “사람들은 날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느끼게 되며, 결국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면서 실제로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됩니다. 아이에게 늘상 “너는 도대체 왜 그 모양이니?”, “너는 왜 맨날 엄마 말을 안듣니?”라고 말을 하다보면 아이는 ‘나는 말썽꾸러기’라는 상을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이미지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자신이 실수로 물을 엎질러도 얼른 치우기보다는 엎질러진 물로 장난을 쳐서 결국 엄마에게 “이 말썽꾸러기 놈아!”라는 핀잔을 얻어냅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게 되면 엄마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행동을 기대하지 않게 되고 아이는 자신과 엄마의 기대대로 진짜 말썽꾸러기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 아이가 잘못을 수차례 지적 받아도 고치지 못한다면 한번쯤은 진지하게 되돌아 봐야 합니다. 혹시 내 마음 속에 ‘우리 아이는 못할꺼야’ 라는 부정적인 기대가 자리잡고 있지는 않았는지, 평소에 “그럼 그렇지..”, “넌 항상, 늘, 맨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는 않았는지를 말입니다.

아이가 부정적인 행동을 끊고 긍정적인 행동을 하게 하려면 부모는 먼저 아이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믿고, 그러한 기대감을 표현해 주어야 합니다. 부주의한 아이가 식탁 차리는 것을 돕고자 할 때 걸리적 거린다고, 또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하냐며 가만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 핀잔주기 보다는 물컵을 나르는 역할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동생과 티격태격하는 아이가 동생 손을 잡고 나가려하면 “너 나 잘해. 그러다 동생 넘어뜨리지 말고.”라고 말하는 대신에 동생을 돌볼 수 있는 책임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부모들이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해줄 때 아이들 또한 자신에 대한 상, 부모에 대한 상을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모님께서 꼭 알아두셔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는 인내심의 결과로써만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몇 차례는 아이에게 기대를 하는 척 했다가도 결국 “그럴 줄 알았어. 네 까짓 게 그렇지 뭐.”라고 포기할 때 아이는 처음보다 더 뒤로 뒷걸음쳐갑니다. 포기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아이를 믿어 보세요. 그 때 달콤하고 황홀한 변화가, 사랑스럽게 변화된 우리 아이가 당신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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