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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자기가 찾아갈 곳을 다 알고 있다. 가야할 곳을 찾아가기 전에 일단 동맥을 타고 온몸을 돌게 된다. 그것은 마치 물이 담긴 컵에 잉크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컵 전체가 파랗게 물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약이 이렇게 온몸을 돌지만 꼭 필요한 곳에서 효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은 우리 몸의 요구와 약이 만들어지는 방법에 그 비밀이 있다. 약이 혈관을 통해서 돌다가 필요한 곳에서 약효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약물 분자와 수용체의 결합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약물 분자와 수용체는 마치 자물쇠와 열쇠 같은 관계여서 우리가 약물을 사용하면 꼭 필요한
부분에 가서 약효를 나타내게 된다.
모든 약물은 특별한 선택성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에 특정 수용체와만 결합하고 다른
수용체와는 결합하지 않는다. 또한 수용체 역시 특이성이 있어서 특정 약물과만 결합한다.
우리 몸에 들어와서 혈관을 따라
돌다가 필요 부위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임무를 다한 약물은 체내에서 여러가지 변화를 거치고 무효화되어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설된다. 물론 반드시
소변이나 대변으로만 배설되는 것은 아니다. 휘발성인 약물은 호흡기를 통해서 배설되고, 또한 땀이나 침, 눈물, 기관지 분비선 등을 통해
배설되기도 한다. 아무튼 모든 약물은 이처럼 배설되는데 이러한 작용은 생체의 '생리적 방어기전'의 한 종류로 해독작용이라고도 한다. 만약에
이러한 작용이 없다면 아마 우리의 몸은 약으로 가득찬 약의 저장고가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이러한 약물의 대사에는 사람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약이라도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노인과 젊은
사람과 아이들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남녀의 차도 있다. 또한 같은 아이들이라고 해도 어떤 아이들은 약이 잘 듣는 반면에 어떤 아이에게는 전혀
듣지 않는 약이 있다. 이것은 특수약물 대사효소가 유전적으로 혹은 환경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환경적이라는 말은 약물을 많이 사용한
사람일수록 대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 자주 너무 많이 복용하다보면 어느새 그 약물을 무효화시키는 몸의 기능이 발달해서 약효가
빨리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의 매일 두통약을 먹는 사람은 나중에 두통약의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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