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에게 세 가지 바람을 묻는다면 첫째는 대한민국 엄마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일 것이고, 둘째는 예쁜 정원이 딸린 아담한 2층집에 1층을 놀이치료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초등학생을 위한 대안학교를 짓는 것이라 말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가족 모두 별탈없이 잘 살고 있으니 첫째 바람은 그럭저럭 이루어진 듯하지만, 이재에는 영 재주가 없는 우리 부부의 재테크 실력을 봐서는 수도권 지역에서의 예쁜 단독주택은 영영 꿈으로만 간직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번째 바람은 독지가를 만나지 않는 한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 유명한 놀이치료사들 중에 자기 집 한쪽 구석을 치료실로 꾸미거나 자기 집에서 워크샵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참 신기하면서도 좋아보였습니다. 왠지 사무적이고 병자 취급 받는 병원이나 기관 분위기가 아닌 인간적이고 편안한 곳, 그런 곳이라면 치료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좀 더 쉽게 친해지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래서 저도 그러한 치료공간을 갖기를 꿈꾸어왔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하지 않는가! 비록 초록빛 잔디와 순한 개가 지키는 정원은 갖지 못했지만, 그리고 예쁜 이층집도 아니지만 '내집같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우리 가족의 사랑과 따스함이 베어있는 공간을 도움과 휴식을 원하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나의 사랑과 지식, 기술을 나눠주기를..., 그리고 그 아이들을 통해 얻게 될 삶의 소중함과 성숙함을 기대합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어쩌다 놀아치료를 하게 되었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항상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지요. 88년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하고 1년동안 유치원 교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강남의 아주 잘나가는 유치원이었는데 한 반에 아이들이 20명 정도였고, 시설이며 모든 면에서 참 좋은 곳이었지요. 원래 초보들이 열정적이지 않습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과 참 재미있고 신나게 지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반 아이들 중에 2명의 아이가 참 이상했습니다. 한 아이는 지나치게 산만하고 부산했고, 다른 아이는 항상 멍하니 지냈지요. 제 틀에 들어오지 않는 그  2명의 아이들 때문에 고민도 많이 했고, 그래서 공부를 더 하기로 마음먹고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원에서 아동심리를 전공하면서 시립아동상담소에서 자원봉사할 기회를 얻고 그 곳에서 놀이치료 수련과 경험을 쌓으면서 처음으로 놀이치료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놀이치료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 졸업과 함께 이 혜련선생님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로 연세 의대 교수이셨던 선생님 밑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죠. 소아기 정신장애의 평가와 진단, 치료에 대한 이론 및 실제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고, 4년 여에 걸쳐 300시간이 넘는 치료 슈퍼비젼을 받았으며 약 4000시간의 놀이치료를 실시하였습니다. 또한 애착장애에 관심이 지대하신 선생님과 공동으로 반응성 애착장애아에 대한 연구를 하였고, 이를 국제 학술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항상 도전을 격려하신 선생님의 뜻에 힘입어 96년에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University of Missouri, Columbia에서 인간발달과 가족학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였고, 틈틈이 놀이치료에 대한 공부도 함께 해, SMSU와 뉴저지에 있는 Play Therapy Training Institute에서의 놀이치료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놀이치료 관련과목을 강의했고, 틈틈이 상담센터에서 놀이치료를 실시했습니다. 이때까지는 노처녀였는데, 1999년 1월 결혼을 했죠. 그리고 일산에 새둥지를 틀고 예쁜 딸의 엄마로서 그리고 놀이치료사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동상담이나 놀이치료뿐만이 아니라 놀이치료사의 교육과 일반인을 대상으로한 부모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수차례에 걸쳐 놀이치료 워크샵을 진행하였고, 숙명여대, 그리스도 신학대 등에서 놀이치료에 대한 강의를 , 아동학대 예방협회나 교사연수교육등에서는 아동발달과 부모교육 특강을 자주 하고 있으며 수년전부터 EBS 텔레비젼 '생방송 부모', KBS2 텔레비젼 '불량아빠클럽',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등 다양한 방송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려서부터의 소망이었던 집필활동도 꾸준히 해온 덕에 아이들의 심리문제와 관련된 '우리아이 이럴땐 어떡하죠?'와 부모의 역할과 관련된 '부모의 심리학' 그리고 한 아이의 치료과정을 소개한 '사랑이 서툰엄마, 사랑이 고픈아이'에 이어 아빠들의 역할과 관련된 '아빠 리더십'을 출간했습니다. 많은분들의 사랑과 격려로 지금껏 '스테디셀러 작가' 혹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과분한 타이틀까지 얻게 되어 기쁨과 부담을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대학원 입학 후부터 한다면 제가 놀이치료를 접하게 된 지가 벌써 20여년이 되었군요. 그동안 정말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났고, 함께 아이들의 변화에 기뻐하고, 가끔은 답답해 하기도 했습니다. 이정도 세월이면 이제 이 일이 지겨워질만도 한데 여전히 아이들은 절 설레게 하고 놀라게 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소중합니다. 그리고 관계 맺기를 원합니다. 다만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이 독특해서 번번이 실패할 뿐입니다. 만일 저를 통해 아이들이 세상과 관계 맺기를 배울 수 있다면 그건 저뿐 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정말 행복한 일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치료사가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이보연 아동가족상담센터